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전면 개정과 함께 도입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가 다음달 1일이면 제도 시행 5년차에 접어든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업무상질병 기준을 시급히 개선하고, 작업관련성 질환에 대한 현장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질판위 한국노총 추천위원 간담회를 열고 업무상질병 판정제도 현황과 개선과제를 논의했다. 질판위는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질환 등 업무상질병이 늘어나면서 인정기준과 판정을 둘러싼 시비가 지속되자 도입됐다. 제도 도입 전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위촉한 자문의사협의회의 자문을 거쳐 업무상질병 여부를 결정했다.

업무상질병 요양신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은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질환이다. 두 질병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업무부담과 과로 여부다. 그런데 질판위 제도가 도입된 뒤 업무상질병 불승인율이 되레 높아졌다. 2006년 45.7%였던 업무상질병 불승인율은 2010년 63.9%(일부 불승인 포함시 74.4%)까지 올라갔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문웅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산재)는 “뇌심혈관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 등 이른바 작업관련성 질환의 현장 확인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근무경력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병 여부가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주요 업무상질병의 인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퇴행성 질환의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퇴행성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연령과 업무부담 정도를 고려한 업무관련성을 평가해 업무상질병 여부를 판단한다”는 문구를 법률에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뇌심혈관질환을 초래하는 만성과로의 원인은 과도한 노동시간이다. 과로의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 적용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임성호 한국노총 산재보험국장은 “질판위는 ‘12주 이상 주당 평균 60시간’을 만성과로의 기준으로 적용하는데, 이는 과도할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도 역행한다”며 “만성과로의 기준 시간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간담회에서는 △직업상 암의 질병 인정기준 마련 △질판위의 독립성·공정성 확보와 전문성 강화 △작업력조사와 현장 재해조사 법제화 △산업의학의 참여 확대 △산재 노동자의 항변권 보호가 개선과제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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