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 산하 노사정 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101차 국제노동총회(ILO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의장단과 사무총장의 보고, 사업계획 및 예산, 협약과 권고의 적용 등 정규 의제와 더불어 사회보장기초제도(social protection floor), 청년고용 위기, 일터의 기본 원리와 권리, 미얀마 사태에 대한 평가 등의 특별의제가 논의된다.

핵심노동기준, 좋은 일자리 등 굵직한 의제 개발

이번 ILO 총회는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의 마지막 총회가 된다. 98년 3월 ILO 사무총장에 임명된 소마비아 총장은 지난 13년 동안 ILO를 이끌면서 핵심노동기준·좋은 일자리·공정한 세계화·사회보장기초 등 굵직한 의제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 왔다.

특히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강제노동 철폐 △아동노동 금지 △고용과 직업에서 차별금지를 근간으로 하는 ILO 핵심노동기준은 UN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정부 간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도 인정하는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정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조건을 가진 생산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남녀 모두를 위한 기회”로 정의되는 좋은 일자리(decent work)가 ILO의 핵심 목표로 채택되고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는 정책으로 발전한 것도 소마비아의 재임기간에 이뤄진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다.

좋은 일자리의 목표는 △고용기회 △일터의 권리(ILO 핵심노동기준) △사회적 보호(사회보장제도) △사회적 대화라는 4대 요소로 이뤄진다. 좋은 일자리의 목표가 “일자리 창출 자체가 아니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의 창출이며, 고용의 양과 고용의 질은 분리될 수 없다”는 ILO의 선언은 각국 정부가 추진할 고용·노동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적절히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 총장에 노동계 출신 가이 라이더

소마비아 총장에 이어 제10대 ILO 사무총장으로 향후 5년 동안 ILO를 이끌 사람은 가이 라이더(Guy Ryder, 1956년 영국 리버풀 출생)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ILO 이사회 비밀투표에서 전체 56표(정부대표 28표, 사용자대표 14표, 노동자대표 14표) 가운데 30표를 얻어 8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새 총장에 당선됐다. 칠레 국적으로 학자·변호사 출신의 외교관이었던 소마비아와 달리 노동계 출신인 라이더는 영국노총(TUC) 국제국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80년대와 90년대에 국제상업사무전문노련(FIET)과 국제자유노련(ICFTU)에서 활동했다.

98년부터 2002년까지 ILO의 노동자사업국을 이끌었으며, 2002년 국제자유노련 사무총장이 됐다. 2006년 11월 국제자유노련과 세계노동총연맹(WCL)이 통합하면서 출범한 국제노조총연맹(ITUC)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참고로 ITUC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가입해 있다) 2010년 9월부터는 ILO에서 국제노동기준의 적용과 이행을 책임지는 집행이사로 일해 왔다.

맹위를 떨치던 신자유주의는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세가 꺾였고,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국면은 유럽으로 옮겨 붙었다. 빈익빈 부익부의 세계화로 인해 노동자와 서민의 불만이 급증하는 가운데 노동운동의 분발과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거세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실업이 확산되고 노동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ILO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기대와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UN 체계 안에서 차지하는 ILO의 위상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기와 도전에 ILO는 어떻게 응전해 나갈 것인가. 제101차 ILO 총회와 새로운 사령탑 출범소식을 접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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