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민영화를 강행하기 위한 국토해양부의 행태가 가관이다. 한국은 경부선 이용자가 70%에 이른다. 경부선의 연간 평균 이용률은 103%로 주말에는 열차공급 부족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승객이 원할 때 열차표를 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정부는 한계에 다다른 선로용량의 포화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수서~평택 간 수도권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경쟁체제를 도입한단다. 그럴 경우 용량이 늘어나도 코레일은 수익을 위해 일반열차 운행을 확대할 수 없게 된다. 간선 내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경부선의 흑자비율 감소로 코레일이 교차보조를 하던 비수익노선의 경영상황은 더 악화된다. 선로용량을 늘리고자 했던 고속철도 건설의 애초 목적과 민영화 정책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철도의 생명은 안전이다. 정부는 안전과 직결되는 관제권을 제3의 기관에게 맡기려 하고 있다. 철도 관제권은 전체 열차 운행과 관련한 계획·신호·안전 등을 일괄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철도 운영사가 맡는 게 상식이다. 운영사로부터 관제권을 분리한 사례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 철도 민영화가 25년째 진행 중인 일본에서조차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철도인으로서 관제분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는 이유다.

국토부는 국책연구기관인 교통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KTX를 민영화하면 최소 15% 이상 요금을 내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역사 대여 등 각종 경영개선을 통해 운임인하가 가능하다는 막연한 주장이 근거다. 그러나 연구원의 구체적인 분석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철도를 민영화한 국가 중 요금이 인하된 곳은 없다. 올해 2월 열차사고로 7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르헨티나의 경우 한국이 추진하는 방식과 똑같은 철도민영화를 도입해 요금상한제를 정하고 시설투자 책임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은 적자 누적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부가 민영화 성공사례로 홍보하는 일본에서는 요금이 오르지 않았지만 '국가보조금'을 통해'세금'으로 경영적자를 메우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가 "초특급 효율성의 신기를 보이지 않는 한 (요금인하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은 이유다. 게다가 한국은 한미 FTA 래칫(역진방지) 조항에 따라 민영화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

누구나 언제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철도서비스다. 그럼에도 정부는 철도서비스에 '역주행'하는 KTX 민영화를 강행하려 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철도 관제분리·간선 내 경쟁체제 도입 등 ‘실험’에 따른 부작용을 국민의 몫으로 떠넘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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