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서희산업노조 위원장

"우리가 만든 아이스크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 수출되는 사실 아세요? 그동안 우리 손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자부심으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배스킨라빈스가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나요."

충북 음성 아이스크림공장 하청업체인 서희산업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3주째에 접어든 29일. 80여명의 노동자들이 서울 서초동 비알코리아 본사 앞으로 상경투쟁에 나섰다. 이강윤(43·사진) 노조위원장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배스킨라빈스가 노동자들을 속이고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로 유명한 비알코리아는 지난달 18일 하청업체인 서희산업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비알코리아가 서희산업 직원의 직접고용을 추진하되, 시기와 방법은 열흘 내 노사가 합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비알코리아는 직접고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가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을 위해 후속논의를 하자고 요구하자 비알코리아측은 "5년 뒤 (비정규직과 관련해) 사회분위기가 성숙하면 논의해 보자"고 입장을 바꿨다. 현재 노사 간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이강윤 위원장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이 시기에 '사회분위기가 성숙할 때'까지 더 기다리라는 원청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직접고용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원청은 '퇴거통보'로 나가라고 하고, 하청은 파업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원·하청 노사가 직접고용 합의서를 만들도록 지도한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런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알코리아 본사 바로 옆에도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가 있어요. 소비자들은 파업 중에 긴급 투입된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대체인력이 만드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실을 몰라요. 앞으로는 직영점 앞 1인 시위를 통해 비알코리아의 달콤한 거짓말을 시민들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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