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MB 정부가 알짜배기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면서 노동계의 반대투쟁도 거세지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이나 방위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처럼 공공성이 큰 기관마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민간에 팔아넘긴다는 정부 방침에 국민들도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에 무리수를 둘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영화 문제가 올해 노사관계의 새로운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임기 말 MB 정부가 '무조건 매각'을 외치면서 머리띠를 메고 거리로 나오는 노조들이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노총과 항공우주산업노조는 '졸속 민영화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지난달 18일 지분의 40%를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조는 이달 초 비상투쟁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정부의 매각 강행시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공기업노조도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금융노동자대회를 연 금융노조는 "정부가 강제적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정치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KTX 민영화 방침에 맞서 86%의 찬성률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철도노조도 파업을 벼르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달 7일 전국 600여곳에서 동시에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국가재정을 빚더미에서 구하는 재원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세외수입 증대를 통해 국가 채무수준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30% 미만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공기업 민영화 강행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졸속매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알짜배기 공기업을 골라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속내가 정권 말에 재벌이나 외국투기자본에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매각대상에 오른 공공기관은 모두 38곳으로, 이달 현재까지 한국자산신탁 등 12곳(31.6%)의 매각작업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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