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물연대본부는 6월 말 7월 초로 예고한 총파업을 위해 순회 선전전을 벌이며 조합원의 파업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화물연대본부)

#1. 이달 10일 오후 충북 영동 추풍령 묵가수련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건설노조 지회·분회 조직차장 130여명이 모였다. 건설노조 조직쟁의담당자 수련회에 참가한 이들은 파업 등 노조의 단체행동을 조직하는 핵심 일꾼들로 불린다. 이들은 총파업 준비 토론을 위해 마련된 자리임에도 "몇 곳의 현장에서 몇 명의 파업대오를 준비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파업결의를 밝혔다. "투쟁으로 위원장을 구속시키자"는 농담 섞인 구호도 나왔다.

#2. 지난 12일 오후 부산역 광장.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 7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화물운송노동자 전 조합원 투쟁 선포 결의대회'는 그 참가규모나 분위기가 파업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5킬로미터 이상 행진을 벌였다.

건설노동자와 화물운송노동자들이 6월을 잔뜩 벼르고 있다. 건설노조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동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건설·물류현장에 적지 않은 업무차질이 발생한다. 두 노조가 공투본까지 구성하면서 공동투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본부가 공투본 구성에 마음을 모은 것은 지난 4월 초순이다. 민주노총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조직인 특수고용노동자가 주축이 된 두 노조는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 특수고용대책회의는 올해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권력 급변기에 맞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 투쟁을 준비하던 터였다. 공투본이 요구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특수고용노동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전면 적용 등은 대책회의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공투본이 요구안에는 '유류세 폐지 및 기름값 인하'라는 다소 생뚱맞은 내용도 있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덤프·레미콘노동자들과 화물운송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현재 이들 노동자들은 회사측으로부터 기름값과 기타 부대비용이 포함된 운송료를 받는다. 즉 기름값이 오르면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실질임금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명분상 개인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장님인 탓이다.

심동진 화물연대본부 조직국장은 "원래는 법 개정 투쟁이 핵심이 돼야 하는데,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떨어지지 않아 운송료 현실화 중요성이 커졌다"며 "건설노조도 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름값은 국제유가 변동과 연관되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5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119.5달러일 당시 국내 경유는 리터당 1천768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배럴당 109.5달러로 떨어졌을 때 국내 경유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1천805원으로 올랐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는 "국제유가 상승만 탓할 것이 아니라 유류세·관세·수입부담금을 폐지하면 기름 값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기름은 공공재인 만큼 정유사 독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 가격 결정을 위한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건설·화물자동차의 경우 경제활동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만큼 △면세유 지급 △도로비 면제 혹은 인하 △운송료 인상 등과 같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건설노조가 내건 '표준품셈에 의한 적정임대료 쟁취'와 화물연대의 '표준운임제 법제화'는 이름은 다르지만 임금과 연관된 요구들이다. '표준운임제'는 택시 요금체계와 비슷하다. 일정거리 운반시 기준 운임을 정해 화물운수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09년까지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건설노동자의 적정임대료에 대해 최동주 건설노조 교선실장은 "운송거리에 따라 기름값과 타이어 비용 등 부대비용을 계산해서 기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화물연대에서 말하는 표준요율제와 원리는 같다"고 말했다.

현재 공투본은 6월 말과 7월 초 사이를 총파업 시기로 잡고 있다. 시기를 확정해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화물연대본부의 사정을 감안해서다. 김달식 화물연대본부장은 "화물연대의 경우 총파업 시기가 확정되면 회사들에 의해 물량 빼돌리기가 이뤄져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며 "파업 돌입은 준비된 날로부터 1주일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 조직은 6월 말 7월 초 파업을 위해 총파업 현장 선전전을 시작하는 등 노조 내부 조직화 활동에 들어갔다. 이달 29일에는 공동으로 간부 상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건설노조에서 1천200여명, 화물연대에서 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건설노조는 다음달 5일부터 9일까지 전국 13개 지역에서 건설현장을 순회하며 선전포고 형식의 총파업 선전전을 펼친다. 화물연대본부도 다음달 중으로 지부별 파업돌입을 위한 수순 밟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권혁병 건설기계분과위원장 직무대행은 "건설노조의 분위기는 일회성 투쟁으로 그치자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며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건설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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