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보험료지원사업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청 사무실 모습. 4개월 계약직 비정규직인 가입지원요원들이 사무집기도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제정남 기자
선거사무실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동사무소에서 볼 법한 상세한 지역 지도가 걸려 있었고,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지역 사업장리스트가 적힌 문서가 가득 쌓여 있었다.

컴퓨터 등 사무집기도 없는 책상 앞에 앉은 10여명의 노동자들은 제각각 전화기를 부여잡고 통화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책상 사이 칸막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그들의 전화 목소리는 한데 뒤엉켜 사무실을 울렸다. 지난 8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의 모습이다.

고용노동부는 사회보험료지원사업 전면시행(7월)에 앞서 올해 2월부터 전국 16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비정규직 112명을 임시로 채용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타나는 업무차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회보험료지원사업은 '10인 미만 대상사업자 확보→125만원 미만 노동자 근무 유무 확인→대상사업장에 대해 전화나 직접방문을 통한 사회보험 가입 유도' 순서로 업무가 진행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 업무과정 전반을 '가입지원요원'으로 불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공단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노동부는 사회보험료지원사업에 대한 예산으로 비정규직 776명에 대한 인건비(1인당 월 120만원)를 책정했다. 여기에는 사무실 확보, 사무기기 구입 등의 예산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인건비 중 일부분을 운영비로 쓸 경우 실제 채용인원은 더 줄어든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회보험료지원사업 전반이 비정규직 업무를 벗어난다는 데 있다.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정보와 고용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공단 전산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인 가입지원요원은 업무권한이 제한된 탓에 전산시스템을 이용할 권한이 없다.

공단 서울북부지사의 경우 보험가입을 담당하는 부서의 정규직 직원이 매일 아침 지역 내 지원사업 해당 사업장리스트를 프린트해 가입지원요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표로 된 사업장 정보를 받아든 가입지원요원들은 리스트를 나눠 가진 뒤 전화를 걸어 내용을 확인한다. 고용된 노동자가 몇 명인지·노동자 임금수준은 얼마인지 등을 세세하게 사업주에게 물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보험가입 대상사업장으로 판단되면 직접 방문해야 한다. 가입지원요원 김아무개(33)씨는 "우호적인 사장님보다 매몰찬 경우가 더 많다"며 "성과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가입지원요원이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신세라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이들은 외근을 나갈 때면 대부분 자신의 명함 대신 정규직 직원의 명함을 들고 나간다. 김씨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문의는 명함에 있는 곳으로 전화하세요'라고 말한다"고 씁쓸해했다.

대상사업장을 확인·방문해 보험가입 승낙을 받았다고 업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가입지원요원은 보험가입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입지원요원이 가입승낙서류를 가진 채 오후 늦게 사무실로 돌아오면 보험가입업무를 담당하는 공단 정규직 직원이 업무를 넘겨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입지원요원도 업무에 대한 책임성이 부족해지고, 정규직 직원도 사회보험료지원사업을 짐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14명의 가입지원요원들이 시범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공단 안양지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공단 안양지사에서 만난 이아무개(29)씨는 "지원사업을 해 보니 비정규직 100명보다 정규직 1명이 낫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가입지원요원들이 4개월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 일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화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방문을 통해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외부 출장도 가입지원요원들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루 4시간 이상 외부 출장 시 1일 2만원의 출장수당이 지급되지만, 이것도 한 달에 15일에 한해서다. 애초부터 가입지원요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할 여건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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