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퇴사한 뒤 이달 8일 뇌종양으로 숨진 고 이윤정(사망당시 32세)씨 영결식이 10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앞에서 치러졌다.

이날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영결식은 삼성측 관계자들과 충돌이 일어나 장소를 옮겨 치러졌다. 인천산재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뒤 이날 새벽 6시께 삼성전자 본사 인근에 도착한 운구 행렬은 삼성측 경호인력들이 차량 진입로를 막아 정문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실랑이 끝에 삼성전자 홍보관 인근의 인도에서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장례위원 등 13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영결식에 앞서 116개 단체와 1천257명의 시민이 이름을 올린 '이윤정 시민사회장 장례위원'들은 "고인은 갑작스럽게 죽은 것이 아니라 때 이르고 억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지고 있다"며 "무노조 경영과 자본 탐욕의 희생자이자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죽음"이라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영결식은 고인의 아들 정진혁(8)군의 분향으로 시작됐다. 고인의 남동생인 이상섭(29)씨는 추도편지에서 "막내누나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누나의 웃음소리가 그립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 정희수(35)씨는 "부족하지만 두 아이는 걱정하지 말라"며 고인의 영정 앞에서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더 많이 아껴 주고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사랑해 윤정아"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인은 19세가 되던 97년부터 6년 동안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반도체칩이 들어 있는 보드를 고온설비에 넣고 불량품을 거르는 일을 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등 시민·사회단체는 "작업 도중 발생한 고온의 화학증기와 유해분진 등에 노출돼 뇌종양이 발병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해 왔다. 2003년 5월 퇴사한 고인은 2010년 5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명하다 지난 8일 숨을 거뒀다. 슬하에는 아들 정진혁(8)군과 딸 정지수(6)양을 뒀다. 고인의 유해는 인천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경기도 화성 천주교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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