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

“내 투쟁도 바쁜데 연대할 시간이 어디 있나.”

올해 1월 ‘희망발걸음’이란 이름으로 투쟁사업장들이 공동투쟁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경북지역에 있는 투쟁사업장들과 의논했을 때 나온 반응이다. 경북지역 투쟁사업장들 모두 정리해고 사업장이거나 징계해고 사업장이고, 희망발걸음의 주제도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해’였다. 하지만 참여와 연대는 확장되지 않았다. 출발지가 서울 재능본사 앞이고 최종 목적지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이다 보니 마치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하기 위한 공동투쟁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새삼 코오롱의 초창기 투쟁이 떠올랐다. 개별사업장만의 투쟁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진행했지만 조직내부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당시 위원장이던 필자는 구속돼 있었고, 사회여론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쓸데없이 연대하려고 하느냐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모두들 우리 투쟁이 정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코오롱 투쟁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희망발걸음’에 함께하면서 부끄러웠던 것은 우리 투쟁이 8년째에 접어들었는데도 모르는 동지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름대로는 구미공장과 과천 코오롱 본사를 오가면서 열심히 투쟁하고 홍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2주간의 희망발걸음 투쟁에서 정리해고 제도의 심각성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됐고, 최장기 정리해고 투쟁사업장이었던 코오롱도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결국 우리가 오랜 투쟁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듯이 개별사업장만의 투쟁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고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희망발걸음에 함께했던 동지들이 두 달 후 진행된 ‘희망광장’에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오롱 노동자들이 8년이라는 세월 동안 길거리에서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지만 정리해고는 계속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희망버스에서 사회적 힘을 모은 뒤 철회됐음에도 여전히 더 많은 사업장에서 정리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자본의 천국인 이 땅에서, 정리해고는 기업이 어렵다고 주장할 경우 언제든 허용되는 경비절감 방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노동자 22명의 목숨이 안타깝게 사라진 이후에야 우리 사회는 정리해고 제도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됐다. 이제야 “정리해고는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코오롱·콜트-콜텍·풍산기업·K2·KEC·파카한일유압 등 사업장에서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로 고통 받고 있다. 그리고 재능교육·현대자동차 사내하청·기아자동차 사내하청·국민체육진흥공단·창원의 롯데백화점 시설관리 노동자 등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모든 투쟁과 쌍용자동차 투쟁은 결국 하나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통이고 이 땅에서 억압받고 핍박받는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이기에 쌍용차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제 더 이상 너와 나의 투쟁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함께하는 그 투쟁이 오는 19일 시작된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이날은 모든 정리해고자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하는 하나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만드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투쟁할 수 있을 때 투쟁하자. 하나가 되지 못해 패배하고 짓밟힌 노동의 위기를 전환하는 반격의 기회로 만들자. 쌍용차 투쟁에 함께해 반격의 돌파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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