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통합진보당이 정파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중심의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노진사)과 소통과혁신연구소·자주평등연구회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총선 패배의 교훈과 반격을 위한 성찰'이라는 주제로 4·11 총선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울산·창원 패배 요인은 정파 패권주의"= 송재영 노진사 기획단장은 '4·11 총선 평가와 통합진보당에 제기되는 문제' 발제를 통해 "정파 패권주의와 독식주의가 제조업 노동자 밀집지역이고 전통적인 진보정치 1번지인 창원과 울산 전패의 근본 원인"이라며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에서 괴리됐던 노동중심성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기획단장은 이어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이라는 통합진보당의 애초 구상에서 전태일이 죽어 버리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며 "제2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한 울산·경남 등 전통적 지지층을 새롭게 복원하는 문제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송 단장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비례대표는 비정규직·실업자처럼 가장 소외된 계층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진보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상징적인 후보가 만들어졌어야 했다"며 "진보적 가치와 원칙에 입각해 아래로부터 검증되고 소통되면서 선정되지 않은 비례대표 후보 선정은 당내 민주주의와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새로운 정치방침 수립해야"= '현대자동차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에서 활동하는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통합진보당이 13석이라는 역대 최대 성과를 거두고도 승리했다는 평가를 하지 못한 것은 특정 정파의 승리이기 때문"이라며 "진보정당의 최대 지지 세력인 노동대중의 지지를 상실해 '노동 없는 진보'의 실체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하 전 본부장은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실패한 것"이라며 "진보정당 다당제 시대에 걸맞게 조직내부 분열을 방지하면서 노동자 정권 수립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방침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과 총연맹을 분리할 것과 민주노총이 조직력을 복원해 6월 말 경고파업과 8월 말 총파업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민주노총이 단결해 집중하면 현장의 노동대중들은 가족과 함께 계급투표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방향을 잘 설정하면 여전히 개별적으로 해결방법이 없는 노동자들은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집중해 계급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진보당 혁신 과제 남아=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주문했다. 권태홍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전 국민참여당 사무총장)은 "당권파에 대해 비판하는 그룹조차 당 운영 시스템의 후진성에 대해 한번도 문제 제기하는 것을 못봤다"며 "너무 오랫동안 당 내부의 대립에 집착하다 보니 당 밖을 보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강령과 정책의 현대화 △당 운영의 투명화 △문화행태 개방 △정파에 속해 있지 않아도 사람을 키워낼 수 있는 구조 등을 개선과제로 꼽았다. 권 위원은 국민참여당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시절 입각했던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며 "당원 4만5천명 중 80%가 정당에 처음 참여한 사람이고, 대부분 노동자이고 서민 자영업자"라고 말했다. 그는 "믿고 의지할만한 정당이 없어 3년을 준비해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다"며 "왜 이런 흐름이 생겼을까를 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희 통합진보당 남양주시당 위원장은 "(총선 결과는) 경기동부의 승리지 통합진보당의 승리가 아니다"며 "지금은 화합과 통합이 아니라 당의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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