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서울메트로 9호선이 일방적으로 요금인상을 발표하면서 민자사업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의 뒤에 수년간 계속 언론에 오르내렸던 맥쿼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민자사업 자체의 문제와 더불어 초국적 금융자본의 공공부문 투기 행태까지 쟁점이 되고 있다.

초국적 금융자본이 공공부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 전부터다. 거대 금융자본은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무기로 90년대 동아시아와 남미에서 진행 된 공공부문 민영화에서 큰 이익을 봤다. 남미의 물 민영화는 잘 알려진 사례다. 최악의 상수도 오염사태를 가져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의 상수도 민영화는 베올리아와 같은 물 기업만이 아니라 유럽계 투자 펀드들이 관여했다. 2년 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원전사태를 일으킨 도쿄전력도 극단적 사례다. 80년대부터 도쿄전력은 일본 금융기관이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오직 배당에만 관심을 기울인 금융기관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안전설비 투자보다는 구조조정에 온 힘을 기울였다.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멕쿼리는 90년대부터 도로·공항·항만·철도 등 네트워크 시설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다른 여러 경제부문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들 시설의 특수성 때문에 투자 방식은 수익형 민자사업(BTO)을 선호했다. BTO는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시설을 건설한 후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사업시행자가 일정 기간 동안 시설의 관리운영을 인정받아 운용수익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도로·공항·항만·철도와 같은 시설은 국가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맥쿼리가 호주를 비롯해 아시아·북미·남미에서 워낙 광범위하게 투자를 벌여 금융계에서는 이런 BTO 방식의 인프라투자를 ‘맥쿼리웨이(Macquarie Way)’라고 부르기도 했다.

글로벌 맥쿼리그룹의 지난해 수입은 8조원 정도였다. 이 중 1조5천억원이 이자수익이고, 4조원이 각종 수수료와 민자사업 수입이다. 맥쿼리의 201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맥쿼리는 현재 인도와 중국 진출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맥쿼리를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의 사업이 워낙 성공적이라 한국 모델을 기반으로 인도·중국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쿼리는 한국에서 어떻게 성공했는가. 맥쿼리는 한국에서 14개의 수익형 민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광주순환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등 12개 고속도로와 터널·교량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시민들이 자동차를 이용하면 웬만해서는 맥쿼리가 만들어 놓은 길을 피해 갈 수 없을 정도다.

맥쿼리는 이들 도로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돈을 번다. 하나는 이자수익이다. 맥쿼리는 서울메트로지하철9호선(주)·천안논산고속도로(주)와 같이 다른 대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법인을 만들고, 그 사업법인에 대출을 해 준다. 그리고 이자를 받고 원리금을 회수하는데, 이 이자가 사채이자 수준이다. 맥쿼리가 천안논산고속도로(주)에 대출해 준 1천822억원은 이자가 올해부터 16%이고, 내년부터는 20%에 이른다. 맥쿼리는 천안논산고속도로(주)의 지분 60%를 가지고 있다. 맥쿼리가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면산인프라웨이(주)는 2026년까지 20%의 이자율로 맥쿼리에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광주순환고속도로 투자도 이자율이 20%다. 이렇게 민자사업법인을 꾸려 놓고, 민자사업업체에서 고리대로 벌어들이는 돈이 900억원에 이른다.

맥쿼리가 돈을 버는 다른 하나는 최소운영수익보장제도(MRG)다. 민자사업에 대해 정부가 일정 비율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매출액이 예상치에 미달하면 정부가 세금으로 그 차이를 메워 줘야 한다. 맥쿼리는 정부와 민자사업계약을 하면서 최소 13년에서 최대 30년 가까이 최소수입보장을 단서로 달았다. 예를 들면 엉터리 수요 예상으로 문제가 심각한 마창대교는 2035년까지 지자체가 매년 100억원 가량을 메워 줘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최소운영수익보장은 단지 영업적자분을 보장해 주는 것만이 아니다. 민자사업자가 고금리로 맥쿼리에서 자금을 차입한 관계로 발생하는 다양한 적자분이 최수운영수익보장액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맥쿼리가 이렇게 번 돈은 지난해에만 1천55억원이다. 앞으로 이 액수는 더욱 많아진다. 맥쿼리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인 사업 중 하나는 부산신항만 사업이다. 부산신항은 올해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맥쿼리는 세계 5대 수출입항 중 하나인 부산항의 물동량을 상당부분 흡수할 부산신항에서 쉽게 돈을 벌 것이다. 또 용인-서울 고속도로와 인천대교 등 2009년을 전후해 시작된 사업들의 이자율은 계약에 의해 2012년부터 인상된다.

맥쿼리의 민자사업은 2000년부터 시작돼 참여정부 초기에 가장 많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4건이 이뤄졌다. 맥쿼리와 이명박 정부의 밀월관계가 많이 이야기되지만, 사실 맥쿼리의 정치적 인맥은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넘나든다. 지방정부와 체결한 사업도 영남과 호남 모두에 걸쳐 있다.

이제 민자사업 전반, 그리고 금융자본의 공공투기에 대해 발본적으로 대책을 세울 때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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