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남 기자

"노동자의 목숨값은 얼마 정도일까요?"

인터뷰를 위해 의자를 당겨 앉으려는 기자에게 질문이 먼저 날아왔다.

"보험에 들었을 때와 아닐 때가 다를 테고요…."

"50만원입니다."

이현정 '2012 4·28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시민추모위원회' 위원(39·사진)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위원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상임활동가이기도 하다.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서 40명의 노동자가 불더미 속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벌금이 2천만원이었어요.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50만원이란 얘깁니다. 2011년 이마트 냉동설비 질식사고로 4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이마트에 내려진 벌금은 고작 100만원입니다. 이 경우에는 노동자 목숨값이 25만원이었네요."

지난 20일 오후 서울 녹색병원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현정 위원은 4·28 산재사망노동자 추모 행사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4·28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1993년 태국의 한 인형 생산공장에서 188명의 노동자가 화재로 숨진 사건을 96년 4월28일 유엔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에 참석한 국제자유노련 대표자들이 촛불을 들며 추모한 것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노조와 시민단체에서 소박하게 촛불을 들며 추모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시민추모위원회가 구성돼 추모행사를 벌이고 있다. 두 번째 꾸려지는 2012년 4·28 시민추모위는 지난해보다 행사규모가 늘어났다.

이 위원은 "산재사망 문제가 노조나 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단체들만의 문제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추모위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담당하는 등 다채롭게 꾸려졌다"고 말했다.

4·28 시민추모위의 목적은 산재사망 문제의 심각성을 최대한 많이 알리는 데 있다.

"사람의 목숨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노동자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듯 한 풍토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고 바꾸자는 목적에서 추모위가 출범한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캠페인이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영국은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시행하고 있어요. 산재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와 기업에게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습니다. 4·28 시민추모위는 기업살인법 제정과 같은 제도개혁의 풍토를 조성하는 데 일조를 할 겁니다."

때문에 4·28 시민추모위 참가단체들은 추모행사 이후에도 기업의 산재사망 책임을 묻는 활동을 계속 펼칠 예정이다. 이미 4·28 시민추모위의 제안을 받은 일부 종교계는 종교활동 중 산업재해를 주제로 강연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산업재해와 우리의 삶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가 40명이나 죽었는데 이 죽음에 대해 우리 사회는 왜이리 무감각한 것인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합니다. 개발독재 시대를 거쳐 온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흉물일지도 모릅니다."

4·28 시민추모위는 산재사고에 대한 인식변화를 유도하는 캠페인 성격의 행사를 23일부터 28일까지 연속해서 꾸린다. 추모위 홈페이지(428.safedu.org)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사진을 올리는 온라인 행동을 펼치고, 아름다운 재단의 소셜펀딩 개미스폰서를 통해 시민추모위원을 모집하는 등 시민참여 공간을 넓히고 있다. 이 위원은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들을 기억하고 산재사망을 줄이고자 하는 대열에 동참해 달라"며 시민추모위원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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