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라는 노동계의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경총을 비롯한 경영계는 기금 출연이 비용증가로 이어져 결국은 고용창출에 악영향을 준다고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기금 출연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각 지부 집단교섭 요구안으로 ‘취약계층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사회공헌 기금’ 조성을 채택했다. 노조는 기금이 조성되면 지역취약계층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복지시설의 설치운영과 법률구조·산업재해상담·노동환경실태조사 등 사업운영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에 요구하는 연간 출연액수는 종업원수 기준으로 500인 이상 사업장 2천만원, 200~500인 1천만원, 100인~200인 300만원, 50인 ~ 100인 200만원, 50인 미만 100만원 등이다.

완성차 가운데 가장 먼저 올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한국지엠지부는 회사에 매년 10억원 규모의 사회연대기금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지부는 오는 20일 현대차그룹에 제출하는 공동교섭요구안에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기금 조성안을 포함시켰다.

다음달 9일 산별교섭 요구안을 최종 확정하는 보건의료노조도 노사 공동 사회공헌기금과 함께 병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가 각각 출연하는 기금 조성을 산별교섭에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에서 기금 출연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몸집 키우기에만 골몰하는 재벌을 개혁하라는 목소리와 맞닿아 있다. 특히 사상 최대 수익을 사상 최대 성과급으로 챙겨 가던 대기업노조들이 앞장서 기업에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동계의 이런 요구에 경영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경총은 “노동계의 사회공헌기금 관련 요구는 의도가 불순하다”며 “이를 수용할 경우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원칙적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회원사 단속에 나섰다.

경총은 노동계의 요구가 불순하다고 말하는 근거로 출연금에 따른 비용부담은 물론 기금운용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운영으로 타임오프 한도 외의 유급노조 활동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면 기업의 경영상 부담 증가로 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부당노동행위까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또 "비정규직 지원을 위한 특별기금이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노조설립에 사용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총 관계자는 "특별기금 적립시 현금보유 규모결정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재무리스크가 확대되는 결과가 우려된다"며 "자칫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