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통합진보당 개표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총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화면 속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웃고 있다. 정기훈 기자

4·11 총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그 불똥이 당장 노동계로 튀게 생겼다. 비정규직 관련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개정투쟁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방침을 놓고 불거진 양대 노총의 조직적 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양대 노총 “성찰하겠다”=양대 노총은 12일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공식 논평에서 “성찰하겠다”,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야권연대 패배를 인정했다. 민주통합당 창당주체로 참여한 한국노총이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지지를 결의한 민주노총 모두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가기엔 부족했다”,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번 선거에서 양대 노총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민주노총의 경우 지지후보 60명 중 8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특히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창원지역에서의 참패로 ‘진보정치 1번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대의원대회 무산사태를 겪어 가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지지를 결의했음에도 정당 득표율이 10.3%에 그쳤다. 선거 초반부터 제기된 "노동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꼬리표로 남았다.

한국노총의 경우 한국노총 출신 민주통합당 후보 5명(지역구 3명·비례 2명)과 새누리당 후보 2명(지역구 1명·비례 1명)이 국회에 진출했다. 평작은 기록한 셈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당선자 중 2명은 기성 정치인 출신이고, 새누리당 당선자 2명은 독자행보로 국회에 입성한 경우다. 적극적으로 민주통합당 창당작업에 참여해 온 한국노총 집행부의 정치적 입지가 넓지 않다는 의미다.

◇노동계 조직 갈등 계속되나=양대 노총 모두 조직 내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의 경우 총선 뒤로 결정을 유보한 ‘정치방침’을 두고 조직 갈등이 재현될 여지가 높다. 기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대신할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을 놓고 정파별 소모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정당의 한 축을 이루던 진보신당이 정당 득표율 2%를 넘지 못해 정당법에 따라 해산절차를 앞두게 된 점도 논란거리로 남았다.

한국노총의 경우 이용득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직을 유지하면서 한국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을 두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명숙 대표와 당 지도부의 사퇴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정치활동에 대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 내부 상황과 당의 요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법 개정 투쟁 ‘제동’=이번 선거 결과는 산적한 노동현안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양대 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장시간노동 해소, 정리해고의 요건 강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를 강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재개정을 올해의 주요 투쟁과제로 배치한 상태다. 경영계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노동계의 핵심 의제들이다.

문제는 양대 노총 모두 총선 승리와 여소야대 국면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강조해 온 정당 개입을 통한 입법투쟁이나 민주노총이 예고한 8월 총파업 투쟁이 용두사미가 될 우려가 높아졌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선거는 졌지만 복지사회와 노동존중에 대한 지향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다시 고삐를 죌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호 한국노총 전략기획처장은 “총선 결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노동정책의 실현을 위해 의회권력과 대중조직이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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