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
업무상재해에 대한 불승인 처분에 대해 심사청구를 담당하는 기관은 근로복지공단 산하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라 함)이다. 2011년 7월1일부터 비상임위원을 담당하면서 느낀 구조상의 문제를 지적한다.

2008년 7월1일 전면 개정된 산재법이 시행되기 이전 심사청구시 ‘산재심사실’이라는 공단조직 내 직원이 ‘심사장’으로서 단독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단독 심사로 인한 ‘공정성 문제’와 행정심판기능으로서 존재 상실, 산재보험 진입영역의 장벽, 불필요한 시간낭비 등이 지적됐다. 그 후 2006년 12월31일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5-2-1, 5-2-3)으로 심사결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노사추천 비율을 5분의 2로 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단 ‘내부적 단독심판’이라는 모습으로 지적됐던 ‘공정성’의 형식적 하자는 개선됐다. 다만, 실제 단독심판기능 당시 취소율과 현재 심사위의 취소율이 비교 검토된 바 없어 이를 판단할 수 없다. 공단 보험급여국 ‘판정위 2011년 심의현황 분석’을 보면, 판정위 사건 중 심사위에 심사 청구된 784건 가운데 22건만 취소돼 2.8%의 취소율을 보이고 있다. 처리 중인 154건은 제외한 것이다. 통상 4~5% 전후 심사위 취소율이 과연 이전보다 증가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진입 장벽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형식적 개선보다 실질적인 심사위 제도가 산재보험의 공적기능을 담보하는가라는 것이다. 현재 심사위의 1회 심의 사건수는 약 30건이다. 2010년에 판정위 1회 평균 심의건수는 19.5건, 2009년은 19.7건이었다. 이와 비교해 봐도 심사위의 사건 처리건수 자체로도 과중부하다. 당사자와 대리인이 충분히 진술할 기회도 사실상 주어지지 않는다.

둘째, 심사위 시스템상의 문제다. 현재 대리인·당사자 등이 낸 서류는 모두 산재심사실 담당 심사장들이 검토해 ‘심의안’을 만든다. 3~5페이지 심의안은 사건개요·처분경위·당사자 주장·주요 쟁점·사실관계·의학적 소견·관련 법규정·사건 담당자 검토 의견 등으로 구분된다. 산재사건은 특성상 사실관계의 다툼이 다양하고 의학적 내용이 매우 세분화된다. 이러한 측면이 모두 포함될 수 없는 부의안만 가지고 심의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또한 심의위원들이 당사자나 대리인들이 제출한 서류를 사전에 검토할 수 없고, 의학적 내용 또한 심의회의 장소에 와서야 요청에 의해 볼 수 있다. 위원회 구조상 ‘사건 담당자 검토의견’은 삭제돼야 마땅하다.

셋째, 주로 의학적 사항에 대한 검토 및 결정구조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 4인, 전문가 1인, 노무사 1인, 위원장으로 이뤄지는 구조의 한계다. 이로 인해 법률적·산업의학적 판단보다 MRI·CT 필름 판독기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퇴행성 여부 판단이 마치 ‘50%의 기여도 판단’으로 왜곡되고 있다. 별도의 필름 판독기구나 영상 의학적 판단기구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넷째, 법령의 임의규정 및 심사위의 의지부족으로 적극적 조사와 판단이 부족하다. 의학적 쟁점에 대해 당사자 주장이나 자료가 부족하면 ‘입증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 또한 산재법 제101조제4항에서 당사자 및 관계자 출석조사·문서제출명령·감정신청·사업장출입조사·특별검진 등 법원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조사방법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법령상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제도도 활용되지 않는다.

다섯째, 위원구성의 문제다. 위원장의 표결권한을 없애고 민간위원장을 선임해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거의 전무한 산업의학의사의 참여구조를 만들어 업무기여도를 판단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소수의견을 배려하고, 이를 결정서에 기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참여한 위원이 각 사건에 대해 의견을 기재하고 이것이 당사자에게 공개돼 현재 미흡한 ‘이의제기율’을 높여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