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애                     사진= 구은회 기자

“경쟁의 논리로 서열이 매겨지고, 한 번 결정된 인생이 평생을 가는 사회는 절망적입니다. 누구나 재도전과 새출발이 가능한 사회여야 합니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사람이 교육받은 정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행한 노동의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사회여야죠. 이런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한정애(47·사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11번)가 밝힌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한정애 후보를 만났다.

-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11번을 배정받았다. 당선 안정권인데 본인의 어떤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나.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창당의 한 축으로 참여했다. 내가 비례대표 후보로 배정된 데에는 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한국노총에 대한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개인적인 부분을 꼽자면, 이번에 민주통합당에 비례대표 신청을 한 노동계 출신 인사 중 드물게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산업위생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노동문제 중에서도 취약한 산업안전 문제에 대한 강점이 인정된 것 같다.”

- 한 후보의 직업은 안전보건공단 연구위원이다. 산업안전 문제에 대한 소견을 밝힌다면.

“산업안전 문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연관된다. 어떤 여건에 처했든,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든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보편적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산업안전 문제 역시 보편복지의 범주에 포한된다고 생각한다.”

- 어린 시절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또래들에 비해 뒤늦게 사회에 눈을 뜬 편이다. 85학번이지만 학생운동 출신도 아니다. 몇 번 동기들을 따라 집회에 나간 게 전부다. 중학교 때 신장병을 크게 앓아 병원에서도 포기할 정도로 죽을 고비를 맞았는데, 어머니의 정성으로 살아난 경험이 있다. 이런 성장배경 덕분에 남들보다 늦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대신 남들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안전보건공단에 입사해 부산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목재가공공장에 기술점검을 나갔는데, 워낙 열악한 공장이라 공장장 사무실도 따로 없었다. 공장 한쪽에 철제 책상을 놓고 사무를 보고 있었다. 점검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공장장이 철제책상 서랍에서 흰봉투를 꺼내 주더라. 돈봉투였다. 일개 공단 직원에게도 돈봉투를 쥐어 주며 접대를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일개 공단직원도 그들에게는 접대해야 할 ‘공권력’이었던 것이다.

그날 “받은 걸로 하겠으니, 이 돈으로 직원들이랑 수박이라도 사 드세요”라고 말하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눈물이 났다(한 후보는 “이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그때가 아마 내 나이 25살 때쯤인 것 같다. 비로소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살면서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그때쯤이다.”

- 롤모델로 삼는 정치인이 누구인가. 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산업안전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싶어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당시 ‘노사모’ 활동을 했다. 남편도 노사모 활동이 인연이 돼 만났다.

나는 ‘개미반란’이라는 인터넷 아이디를 종종 사용한다.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과정이 개미들의 반란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 내 주류도 아니고 계파도 없었던 그가 시민들의 힘으로 정치적 행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원칙적이고 상식적인 길을 걸었던 정치인 노무현의 모습을 본받고 싶다.”

- 어떤 정치를 실현해 나갈 생각인가.

“내가 그리는 사회는 이렇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하고, 아프면 치료받고,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다. 한 번뿐인 인생을 허비하는 인간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개인의 역량, 즉 삶의 배경이 다른 것뿐이다. 경쟁의 논리로 서열이 매겨지고, 한 번 결정된 인생이 평생을 가는 사회는 절망적이다. 누구나 재도전과 새출발이 가능한 사회여야 한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 사람이 교육받은 정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행한 노동의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사회여야 한다. 이런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 국회에서는 어떤 상임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나. 집중하고 싶은 분야는.

“무조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이런 경력을 감안하면 환노위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환노위에서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가능하려면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고용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빈곤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는 경제의 선순환과는 거리가 멀다.“

- 노동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실제로 환노위에 배정된다면 어떤 문제부터 풀어 갈 생각인가.

“크게 세 가지다.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재개정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가정이다. 두 사람이 짝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는데, 정작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막중한 책임은 여성의 몫이 되고 만다. 남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노동시간이 줄어야 청년실업 문제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단초도 노동시간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도입으로 기본적인 노조활동마저 어렵게 됐다. 복수노조 제도와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로 교섭권도 박탈됐다. 노사관계는 자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 한국노총 출신 민주통합당 총선후보들과 한국노총이 최근 정책이행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노총과 각 후보들은 매달 1회 이상 정례협의를 갖고, 협약 이행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해당 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한국노총의 이름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후보들이다. 민주통합당 창당의 한 축인 한국노총의 지분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만큼 한국노총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이 의원을 소환한다면 당연히 응할 것이다.

다수가 국회에 들어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단일한 노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국회에 진출하는 한국노총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전의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보다 단일한 목소리로 정책을 입안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 달라.”

한정애 민주통합당 후보는
부산대 졸업
부산대 환경대학원 수료
영국 노팅험대학교 박사과정 졸업
산업위생기술사 취득
전 안전보건공단노조 위원장
전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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