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 가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지난 23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사퇴로 실마리를 찾았다. 경선에 불복했던 백혜련 전 검사를 비롯해 서울 노원병·은평을, 경기 고양덕양갑의 민주통합당 후보들도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말끔하게 판이 정리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점하던 서울 관악을에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달성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의 무공천 지역 16곳에서 야권단일후보를 냈고, 야권단일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에서도 15곳에서 승리했다. 31곳에서 제1 야당 후보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경남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야권단일후보 경선에 참여한 진보신당도 거제시에서 야권단일후보가 됐다. 거제는 야권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진보신당의 4·11 총선 목표는 지역구 2석, 비례대표 득표율 3% 이상이다. 목표달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흔히 "선거는 바람"이라고 한다. 이슈에 따라 민심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달 29일부터 시작되는 선거운동 기간에 얼마나 화학적인 결합도를 높여 당선가능성을 극도로 끌어올리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결과를 분석해 야권단일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살펴봤다. 통합진보당은 10곳 이상에서, 진보신당은 1곳 이상에서 야권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 달성 관건은 수도권

서울에서는 통합진보당의 간판 주자들이 뛰고 있다. 노회찬 공동대변인과 천호선 공동대변인이 그 주인공이다. 노회찬 후보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홍정욱 새누리당 후보에게 개표 내내 이기다 막판에 역전당한 경험이 있다. 둘 다 40%대를 얻어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최종 표차는 2천443표에 불과했다. 이전 총선에서 매번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민주당의 후보는 1만3천여표를 얻었다. 야권단일화의 효과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은평을은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오랫동안 터를 닦아 왔다. 2000년, 2004년 연속 당선됐고, 2008년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졌다가 문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으로 다시 치러진 2010년 재보궐선거에서 장상 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이재오 의원은 은평을의 터줏대감이지만 반MB 정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천호선 후보는 2010년 이 지역 재보궐선거에서 장상 후보에게 양보하고 불출마한 경험이 있다. 노원병 지역도 그렇지만 야권단일후보 효과를 봤던 2010년과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은평을은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큰 표차로 이긴 지역이다.

경기도는 특히 통합진보당의 약진을 이끌 전망이다. 통합진보당 '빅4' 중 한 명인 심상정 공동대표가 출마한 고양덕양갑은 후보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와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맞붙는다. 2008년 당시 손 의원과 심 대표의 표차는 3천872표였다. 민주당 후보는 7천677표를 얻었다. 단일화를 이뤘다면 충분이 이길 수 있었다.

진통 끝에 안산단원갑 후보가 된 조성찬 변호사의 선전도 예상된다. 이 지역은 천정배 의원이 3선을 했던 야당 텃밭이다. 매번 천 의원이 여권 후보에게 10~20% 격차를 보이며 새누리당(한나라당) 후보에 승리했다. 통합진보당이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불협화음을 냈다가 다시 양보를 얻어 낸 곳이어서 민주통합당 지원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미희 전 이재명시장인수위원장이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과 맞서는 성남중원도 야권연대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조성준 민주통합당 노동위원장이 다져온 지역구인데, 2008년 총선에서 신상진 의원에게 자리를 내줬다. 당시 조성준 위원장은 2만9천446표(36.6%), 신상진 후보는 3만4천546표(42.96%), 정형주 민주노동당 후보는 1만941표(13.6%)를 얻었다. 야권단일화가 야당 지역구 회복의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수도권 북부벨트 뜬다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 6명 중 지역구 의원은 3명이다. 경남 창원을(현 창원성산)의 권영길 의원과 울산 북구의 조승수 의원, 경남 사천(현 사천남해하동)의 강기갑 의원이 주인공이다. 세 곳 모두 영남권에 몰려 있다. 그런데 19대 국회에서는 '영남권 진보벨트'에 이어 '수도권 북부 진보벨트'의 탄생을 볼 수 있을 듯하다.

경기도 고양덕양갑(심상정 공동대표)을 비롯해 의정부을(홍희덕 의원)-파주을(김영대 전 의원)-이천(엄태준 변호사)-여주양평가평(이병은 전 철도노조 본부장)이 경기 북부 진보벨트의 라인업이다. 경기북부지역은 북한과 인접해 있어 진보정당이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당선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이는 홍희덕 의원이다. 의정부을에서 홍 의원에 맞서는 새누리당 후보는 홍문종 전 의원이다.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공천 과정에서 과거 비리사건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원래 강성종 민주통합당 의원이 재선을 했던 지역인데, 그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야권연대의 밀알이 되겠다”며 사실상 홍 의원을 지지하고 사퇴했다. 강 의원은 2004년에는 한나라당 후보와 7%포인트, 2008년에는 10%포인트가량 차이를 냈다.

파주을은 김영대 전 의원이 민주통합당 무공천 약속에 따라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그러나 경선에 참여했던 박정 민주통합당 후보가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현역의원인 황진하 의원이 2008년 선거에서 두 배 가까운 득표율로 윤후덕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그러나 최근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의 표가 새누리당 표를 앞섰다. 후보단일화에 따라 표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엄태준 전 이천시청 고문변호사(통합진보당)와 유승우 전 이천시장(새누리당)이 맞붙는 이천시는 새누리당 강세지역이지만 현역의원의 공백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2000년에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의 이희규 의원이 당선됐지만 이어진 선거에서 연달아 패했다.

여주양평가평 선거구는 이병은 전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이 예상을 뒤엎고 민주통합당 후보를 경선에서 이겼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정병국 새누리당 후보가 4선을 노리고 있어 벽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이병은 후보측은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염증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인천지역에서는 남구갑에서 김성진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상대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 지역은 16대 새누리당(한나라당), 17대 민주통합당(열린우리당), 18대 새누리당 등 번갈아 가며 의석을 차지한 곳이다.

울산·경남 3석 지킬까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는 진보정당이 무려 13곳에서 야권단일후보라는 이름으로 민주통합당 후보 없이 본선을 치른다. 이 중 2곳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야권단일화에 실패해 동시에 출마한다. 진보신당 후보로 단일화된 곳은 1곳이다.

단일후보 지역은 늘었지만 관심은 현재 진보정당의 의석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모아진다. 통합진보당 의석은 3석이다. 권영길 의원이 재선했던 창원을, 강기갑 의원이 지역구 재선을 노리는 사천시, 조승수 의원이 물려준 울산 북구다. 문제는 다들 낙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창원을은 진보정당 간 단일화에 실패해 손석형 전 경남도의원(통합진보당)과 김창근 전 금속노조 위원장(진보신당)이 선거에 나섰다. 막판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수차례 연대협상이 깨진 탓에 상처가 깊어 보인다. 사천시는 선거구 개편으로 남해하동군을 포괄하게 됐다. 선거구가 넓어진 데다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이어서 강기갑 의원의 고전이 예상된다.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공천됐는데, 탈락한 이방호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3각 구도가 형성된 것은 강 의원에게 호재다.

두 지역구와 비교하면 당내 경선과 민주통합당과의 경선을 모두 승리한 울산 북구의 김창현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의 위치가 그나마 편안해 보인다. 북구는 윤두환 전 새누리당 의원과 조승수 의원이 번갈아 가며 승리했는데, 이번에는 여당 후보가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바뀌었다.

진보신당 후보 중 유일하게 야권단일화에 성공한 거제시의 김한주 삼성조선노동자협의회 고문변호사의 선전도 예상된다. 거제는 새누리당과 진보 양당, 무소속 연합이 매번 4파전을 벌였던 지역이다. 18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과 무소속연합이 단 741표 차이로 선두가 갈렸다. 그러나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표를 더하면 1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야권단일화 효과를 감안할 경우 충분히 당선을 노려볼 만하다. 더군다나 김한주 후보의 맞상대는 검사 출신으로 삼성중공업 고문변호사인 진성진 새누리당 후보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고문변호사를 통해 대결하는 형국이다.

'부산발 훈풍' 영향은

부산지역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지역이다. 진보정당 후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부산시 영도구에서는 김형오 새누리당 의원의 공백을 놓고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야권의 표가 40%가 넘는 지역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이, 통합진보당에서는 민병렬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이, 진보신당에서는 김영희 민주노총 부산본부 자문위원이 후보등록했다. 부산시 해운대기장갑 선거구에는 고창권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이 단일후보로 나서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과 맞붙는다. 새누리당 텃밭이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역풍이 불었던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44.4%를 얻은 지역이기도 하다.

문성현 전 민주동당 대표가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창원갑(창원의창)이나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가 출사표를 던진 진주을은 야권후보들이 20%가 넘는 표를 얻어 왔던 곳이어서 선전이 기대된다. 야권단일후보는 아니지만 18대 총선 다자대결에서도 13.9%를 얻은 송정문 진보신당 후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30% 가까이 유의미한 득표를 했던 울산 남구을의 김진석 사무처장(통합진보당),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이지만 매번 진보정당 후보가 30%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울산 동구의 이은주 통합진보당 후보의 활약도 기대된다.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을 지낸 유성찬 포항북구 단일후보는 2008년 총선에서 62%를 득표한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과 맞붙는다.

새누리당 성향의 표가 80% 내외에 달하는 울주군(이선호 울산시당 공동위원장)과 산청함양거창군(권문상 전 함께하는 거창 공동대표)·대구 달서을(이원준 전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대구북구을(조명래 국유터널무료화주민대책위원장)·경북 경주시(이광춘 경주시위원회 위원장)·경산청도(윤병태 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는 야권후보의 고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호남 돌풍 이어갈까

지난해 4·26 재보궐선거를 통해 호남에서 첫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던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영광을 이어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오병윤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서구을을 무공천지역으로 확정하면서 야권단일후보가 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영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반발했지만, 그는 “서구을을 한나라당의 교두보로 만들 수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재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비례)이 터를 닦고 있는데, 야당 세가 강한 지역이어서 성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무공천에 반발한 서대석 노무현 대통령 비서관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호남 첫 의석의 주인공이었던 김선동 의원은 노관규 민주통합당 후보와 경쟁한다. 야권단일후보로 받았던 36%의 득표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통합진보당은 충청권에서도 3명의 후보를 야권단일후보로 낸다. 특히 충북 충주에 관심이 모아진다. 충주시는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재선했던 지역인데, 도지사 선거 출마로 치러진 2010년 7월 보궐선거에서 경쟁자였던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됐다.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김종현 통합진보당 충북도당 대변인이 이시종 지사의 표를 얼마나 회복할지가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다.

이 밖에 대전 대덕구에서 김창근 대전시당 공동위원장과 충남 홍성예산에서 김영호 한미FTA저지 대전충남본부 상임대표가 각각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했다.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의 양자대결이 치열한 가운데 통합진보당 후보가 틈새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선거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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