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와 의류를 생산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국내공장 문을 닫고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15일 화섬노조에 따르면 K2는 이달 8일 장영환 케이투코리아 상무 명의로 신발사업부 생산직 93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했다. 회사는 타사와의 경쟁력을 이유로 오는 6월부터 국내 신발생산공장을 없애고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12일부터 30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신청자가 적으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한 달 97만원가량의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10년 가까이 장기근속을 해 온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올해 입사 7년째인 지아무개씨는 "회사가 망했으면 모를까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는데 단칼에 93명의 목을 치겠다니 억울하다"며 "회사에 고용보장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위로금 몇 푼 더 올려주겠다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리어카 구두수선방'에서 출발해 72년 서울 을지로에서 등산화를 처음 생산한 이후 고속성장을 해 온 K2는 현재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공장에서 하루 3천족의 등산화와 안전화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개성공단에서도 비슷한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명품 뺨치는 고가전략을 구사해 온 케이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2천594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으로 4조원대 아웃도어 시장에서 '빅3'가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판매직과 서비스직에 74명을 신규채용해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K2는 정리해고 방침을 밝히기 하루 전날인 이달 7일에도 영업과 디자이너를 신규채용하겠다고 공고를 낸 상태다.

화섬노조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없는데도 불법적으로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받고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는 정리해고하면서, 사주 일가는 지난해 45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20% 이상을 주주배당으로 챙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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