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산별노조연맹은 영어 약어로 GUF라고 쓰고 ‘거프’라고 읽는다. ‘Global Union Federations’의 약자다. 세계적으로 모두 11개의 국제산별노조연맹이 있다. 내가 일하는 ICEM(화학에너지광산)을 비롯해 BWI(건설목공)·EI(교육)·IFJ(언론)·IMF(금속)·ITF(운수)·ITGLWF(섬유봉제피혁)·IUF(식품요식업)·PSI(공공서비스)·UNI(사무전문직)·IAEA(예술엔터테인먼트)가 그것이다. 11개 국제산별노조연맹은 각국 노총들의 국제상급단체인 국제노총(ITUC)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총들의 연대체인 노조자문회의(TUAC)와 더불어 국제노조협의회(Council of Global Unions)를 구성해 놓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국제노조운동은 큰 틀에서 보면 이 13개 조직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실질적으로는 11개 국제산별노조연맹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북한·쿠바·베트남 등 공산권 노총 중심의 세계노련(WFTU)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재정난 등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오는 6월이 되면 국제노동운동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국제산별노조연맹 가운데 제조업 연맹인 IMF(금속)·ICEM(화학에너지광산)·ITGLWF(섬유봉제피혁) 등 3개 조직이 통합해 조합원수 5천만명의 새로운 국제노조 조직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3개 조직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된 지는 몇 년 됐다. ICEM의 경우 2007년 방콕에서 열린 세계총회에서 조직통합을 공식결의하고 지난 5년 동안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IMF와 ITGLWF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그리고 3개 조직은 올해 2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통합을 공식결의했다. 이때 새 조직의 명칭·규약·임원진 구성에 합의했으며, 통합 총회를 오는 6월18일에서 20일까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여는 것으로 결정했다.

새 조직의 명칭으로 놓고 ‘이긴다’는 뜻의 WIN과 ‘모든 제조업 노동자가 함께한다’는 뜻의 IndustriALL이 경합을 벌였는데, 거수투표를 거쳐 IndustriALL로 결정했다. WIN은 사용자들도 쓰는 용어로 제조업 노조의 특성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IndustriALL(인더스트리올)은 인더스트리가 제조업을 분명히 보여 주고 모두가 함께한다는 올(all)이 연대의 느낌을 준다는 주장이 회의 참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3개 국제노조 조직이 통합을 서두른 배경에는 노조 조직률 하락과 그에 따른 조직적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국제노조운동을 주도하는 서구 노조들의 경우 조합원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국제노조들의 가맹조직이 내는 의무금에서 서구 노조들이 내는 비중이 큰데, 조합원이 줄어들다 보니 재정적 어려움이 커졌다. 이런 도전에 대응하고자 서구의 산별노조들은 노조 통합에 적극 나섰고, 그 결과 금속·화학·섬유 노조들을 하나로 합쳐 제조업노조로 재편했다.

3개 국제노조의 통합 배경으로 다른 한편으로 공통된 사업과 활동을 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하에서 그동안 3개 국제노조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다국적기업의 착취 근절, 다국적기업과 국제노조 간 국제기본협약 체결 등의 사업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다. 같은 제조업 노조로서 공통의 도전에 맞서 싸웠고, 이에 맞선 과제와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 컸던 점도 조직 통합을 이뤄 낸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했다.

덩치가 크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안으로는 커지는 덩치에 맞게 일하는 실력을 키우고, 조직운영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곳에서 일했던 노동운동가들의 협동심과 단결력을 고취해야 할 것이다. 조직적으로 같은 제조업이라고는 하나, 서로 이질적인 특성을 가진 기존 조직들의 관성을 극복하면서 강점을 살려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적으로는 IndustriALL의 등장이 한국의 금속·화학·섬유 노조들 사이의 연대를 튼튼히 하고, 이들 노조의 국제사업을 활발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IndustriALL을 그냥 ‘인더스트리올’로 부를지 아니면 우리말로 다르게 표현할 지가 고민이다. 독자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기다린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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