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간호사가 용역위탁업체를 통해 병원에 취업한다. 매년 위탁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 여부를 걱정해야 한다. 그럼 의료서비스의 질은 어떻게 될까. 입원 환자들에게 식사는 치료의 수단이다. 따라서 병원 급식노동자들의 고용문제도 의사와 간호사에 버금가지 않을까.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한일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하다 급식 공급업체가 교체되면서 해고된 비정규직 식당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29일로 60일을 맞는다. 한일병원 급식 공급업체로부터 해고된 식당노동자 13명은 올해 1월1일부터 병원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식당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31일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계약해지를 당했다. 그동안 업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같은해 7월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정도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최종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도봉지부장은 28일 “한일병원이 위탁을 시작한 2000년부터 급식 공급업체가 몇 번 바뀌었지만 고용승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해고 사태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식당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엄마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노동자”라고 외치며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결성 이후 병원 식당 관계자가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고용승계가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한일병원 급식은 1차 용역업체인 CJ프레시웨이로부터 재용역을 받은 M&M시스템(주)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원활치 않은 상태다. 급하게 위탁받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M&M시스템은 최근 ‘쌍문동 종합병원구내식당’에서 일할 ‘밥담당조리사’를 구하는 채용공고를 내며 인력을 구하고 있다.

농성 시작 60일을 맞는 해고노동자들은 29일 삭발식을 진행한다. 최 지부장은 “평생을 길러 온 머리까지 깎아 가며 식당노동자들이 호소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선언”이라며 “한일병원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문제를 즉각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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