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휴일에 부대로 복귀하던 중 운전부주의에 따른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공무상재해일까 아닐까. 법원은 망인이 상사의 지시를 받고, 순리적인 경로로 귀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만큼 공무상재해라고 판단했다.

간호장교, 휴일 부대복귀 중 운전부주의로 사고


김아무개 중위는 한 국군병원에서 수술간호장교로 일했다. 그는 할아버지 병문안을 위해 평일에 휴가를 얻어 경상남도 사천의 고향집을 방문하려 했다. 하지만 업무증가에 따른 상관의 지시로 부득이 휴가를 취소해야 했다.

이에 김 중위는 주말을 이용해 고향집에 다녀오겠다며 외박을 신청했고, 상관은 이를 승인했다. 대신 상관은 업무가 밀린 만큼 김 중위에게 일요일날 저녁에 복귀할 것을 지시했다. 명령에 따라 김 중위는 일요일 오후 군부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운전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숨졌다.

사망 직전 김 중위는 동료와 "부대에 도착하면 함께 수술실을 정리하자"는 내용의 통화를 했다. 이에 유족들은 "망인이 부대업무를 위해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만큼 공무상재해"라며 국방부에 유족연금지급을 청구했다. 진주보훈지청에도 국가유공자 유족등록을 신청했다.

국방부·진주보훈지청 "복무 중 발생한 사고 아니다"


하지만 국방부와 진주보훈지청은 유족의 청구를 거절했다. 국방부는 "사고 시점이 휴일이고 부대업무를 위해 복귀 중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미흡해 망인의 사망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연금지급 불가결정을 내렸다. 진주보훈지청도 "망인이 군 복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며 국가유공자유족등록 거부 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국방부와 보훈지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김 중위의 유족이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족연금지급불가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망인은 외박 허가를 취득해 외박했다가 귀대 중 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다"며 "망인은 군인연금법에서 정한 ‘공무상 부상으로 인해 복무 중 사망한 때’에 해당돼 국방부의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원 “순리적인 경로로 복귀 중 사고”

군인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공사상자 분류기준표에는 휴가·외출·외박 허가를 취득해 목적지로 가는 도중이거나 귀대 중 사고 및 재해로 발생한 사망 또는 상이자 등을 순직·공상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귀대 중 사고 또는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사고 또는 재해가 순리적 경로와 방법으로 귀대하던 중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귀대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평가할 정도가 돼야 한다.

법원은 "망인은 당초 휴가를 얻어 고향집에 다녀오려고 했으나 업무 증가와 소속 상관의 지시로 휴가를 취소했고, 대신 주말을 이용해 고향에 다녀오느라 외박허가를 받았다"며 "수술실 정리 등의 지시를 받고 부대로 복귀할 필요성이 있었고, 복귀하던 중 동료와 업무와 관련된 내용의 통화를 한 점에 비춰 볼 때 망인의 부대 복귀는 업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건 사고 장소는 망인의 고향집과 소속 부대 사이의 순리적인 경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귀대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법원과 같은 이유로 망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망인의 어머니를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등록했다.

[관련판례] 서울행정법원2010구합3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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