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회사 포상여행 중 스포츠를 즐기다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일까 아닐까. 법원은 고인이 사업주가 주관한 행사에 참여해 발생한 사고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K생명보험 대리점 보험설계사 사망사고

임아무개씨는 K생명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했다. 임씨는 대리점에서 수당을 받았지만 K사로부터 근태나 상벌 사항 등에 대한 관리를 받았다. 그러던 중 임씨는 영업실적이 우수해 K회사가 주관하는 포상여행에 참여했다. 포상여행에 든 비용은 모두 K사가 지급했다. K사는 당시 작성하던 임씨의 출근대장에 포상여행을 '연수'라고 기재했다.

임씨는 포상여행 3일째 되던 날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노클링’을 하던 중 물속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발견됐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심장마비와 심근경색을 일으켜 결국 사망했다. 스노클링은 간단한 보호장구를 갖춘 채 바다에 들어가 잠수하면서 수중관광을 즐기는 레저스포츠다.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 등으로 인해 심장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사망 당시 임씨는 27세의 건강한 남자였고, 별다른 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 심장 관련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도 없었다. 앞서 임씨는 사고가 나기 전 산재보험가입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대리점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리점은 임씨가 사망한 이후 뒤늦게 임씨가 작성한 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에 팩스로 전송했다.

산재적용대상자도, 업무 관련 질병도 아니다?

유족은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임씨가 산재법 적용제외 신청을 해 산재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업무와 관련된 질병이 아니어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포상여행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스노클링 도중 임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은 ‘사업주가 주관하는 행사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임씨가 K생명이 주관하고 K생명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 중 발생한 사고로 사망해 재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 주관 행사에 회사 지시로 참여”

법원은 “산재보험법(제37조제1항)에 따르면 운동경기·야유회 등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이거나 행사 준비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 사회통념상 노무관리 또는 사업운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돼 업무상재해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주가 행사에 참가한 근로자에 대해 행사에 참가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한 경우 △사업주가 그 근로자에게 행사에 참가하도록 지시한 경우 △사전에 사업주의 승인을 받아 행사에 참가한 경우 △근로자의 행사 참가를 통상적·관례적으로 인정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비록 고인이 여행 전 산재법 적용대상 제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회사는 신청서를 사망 후에야 공단에 제시해 임씨에게는 산재법이 적용된다”며 "고인이 급성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인자에 해당하는 질환을 앓았거나 망인에게 그와 유사한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도 보이지 않은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관련판례 서울행정법원 2011구합4084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