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노동자가 사용자의 과실로 업무 중 사고를 당할 경우 사용사업주는 물론 해당 노동자를 파견한 인력업체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인력업체가 파견노동자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노동자 안전관리에 대해 파견사업주와 함께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아무개씨(44)는 지난 2006년 8월 경기도 평택시 자동차개조업체 ㄷ사에 파견됐다. 이씨는 중량이 많이 나가는 차체 등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장비기술자 등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가 하도록 돼 있는 일이었다. 이씨는 공장에 파견되기 전까지 방수공으로 일하였을 뿐 비슷한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ㄷ사는 이를 알면서도 이씨에게 작업에 대한 안전교육을 하거나 실습을 시키지 않은 채 파견된 첫날부터 작업에 투입시켰다.

이씨는 일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작업 도중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기계에 끼여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ㄷ업체의 사업주와 파견인력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인력업체는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수원지법 민사2부(재판장 이성구 부장판사)는 다시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씨가 인력공급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회사는 이씨에게 일실수입(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액)과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사고예방에 대해서는 이씨에게도 책임이 있는 만큼 회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법원은 "파견사업의 성격상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작업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근로자를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종합하면 산재사고에 관해 파견사업주 자신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경우는 물론 파견사업주 자신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 사업주 등에게 과실이 있다면 파견사업주도 산재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어 "ㄷ업체는 사전교육이나 실습을 거치지 않은 채 파견 당일부터 작업에 투입시켜 출근한 지 이틀 만에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고 파견업체 또한 이씨에게 시킬 작업의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게 해 안전교육 등을 요구하는 등 사고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사고를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다"며 "노동자를 공급한 인력업체도 파견사업장 사업주와 연대해 이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다만 이씨도 비숙련 근로자로서 위와 같이 위험한 작업을 하게 됐으면 안전교육 등을 요구하고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는 등 스스로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작업을 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참작해 책임을 70% 정도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임민성 수원지법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은 사용주는 물론 파견업체도 파견근로자의 작업내용을 미리 파악해 사용주에게 안전교육을 요구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고 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공동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앞으로 파견업체의 근로자 관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판례]


수원지법 제2민사부 2008나6950 손해배상
수원지법 평택지원 2007가소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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