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드셌고 시야는 흐렸다. 눈발 사납게 날려 뺨을 때리고 손발 차갑게 얼어 무감했다. 싸매고 입고 둘러 가려 봐도 거기 빈틈. 기어코 바람 들어 할퀴면 생채기인 양 아렸다. 돌풍에 휘청, 황급히 손 뻗어 잡은 나뭇가지가 투둑 툭 힘없이 부러졌다. 제 입은 눈옷을 다 떨궜다. 등 짐은 무거웠고 갈 길은 멀었다. 마냥 높았다. 가 닿을 듯한 저기 봉우리가 내내 아련했다. 지리한 걸음 그저 한발, 또 한발. 먼저 간 이들 발자국 따라 내디딜 뿐이었다. 사람들 묵묵히 혹독한 겨울을 헤쳤다. 느린 걸음 그래도 한 발짝 나아갔다.
한 발짝
- 기자명 정기훈
- 입력 2011.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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