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올해는 노동계에 유난히도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한때 심야노동의 심각성을 알려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파업과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논란)·국민노총 출범이 10위권 밖으로 밀려 각각 12위와 13위를 차지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요구하며 5월18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농성으로 싸움이 확대했다. 사태는 같은달 25일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면서 1주일 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밤샘노동의 심각성과 주간연속 2교대제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알렸던 역사로 기록됐다.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효력 논란에도 정연수 노조 위원장이 주도한 국민노총이 11월1일 공식 발족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양강 구도를 깨고 제3 노총이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노조와 KT노조 등 민간 대기업노조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제3 노총의 위상을 세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노총은 80여개 노조에 3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노사 모두가 반발했던 사건은 14위에 올랐다. 올해 9월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정부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국민연금·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이유로, 경영계는 비정규직 과보호가 경영사정을 악화한다는 이유로 각각 반발했다.

연초부터 해고통보를 받고 대학 본관 점거농성에 나섰던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은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하루 식대가 300원이라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관심과 연대가 잇따랐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우리 엄마도 청소노동자였다"는 말로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연기자 김여진씨가 노동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쇼셜테이너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 사건은 본관 점거농성 49일 만인 2월19일 청소노동자들과 용역업체 3곳이 전원 고용승계와 임금인상에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역시 공동 15위인 ‘법원,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인정’은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산재로 인한 암 발병 가능성을 법원이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23일 삼성반도체에서 근무 중 백혈병에 걸린 고 황유미씨와 유족 등 5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2명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4·27과 10·26 재보선 야권 승리’는 17위였다. 4·27 재보선에서는 여권 텃밭인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손학규 옛 민주당 대표가,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는 같은당 최문순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무게를 실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시민후보였던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여야 정치개편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 첫 장관에 오른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취임은 18위를 기록했다. 이 장관은 3급 지체장애를 이겨 내고 행정고시(25회)에 합격한 후 30여년을 노동부에서 일했다. 그는 취임 직후 첫 공식행사로 경영 악화에도 노사협력을 통해 고용을 유지했던 하이닉스반도체를 찾는 등 '일자리 장관'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19위에 올랐고,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실효성 논란은 2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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