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이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오래 굶어도 배 못 만드는 여자. 농성 살이 재미없어도 웃어 주는 여자. 그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여자. 85호 크레인,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앞에서 번번이 돌아섰지만, 사람들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최루액 물대포를 견뎠다. 밤을 꼬박 새워 가며 그 집 앞을 지켰다. 풍등을 날렸고 풍찬노숙을 자청했다. 재고용 약속이 따랐다. 1년 뒤라는 조건이 붙었다. 평택시 칠괴동 자동차공장 정문 앞. 빈틈없던 용역경비 병풍 삼아 제사상을 차렸다. 상복인 양 노조 조끼 입은 사람들 줄지어 울었다. 죽음이 잇따랐다. 열아홉 번, 상차림도 익숙했다. 1년 뒤 복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희망사항에 그쳤다. 보다 못한 사람들 희망텐트촌을 꾸렸다. 다시금 풍찬노숙, 공장 앞을 지켰다. 절망 끝에 희망을 청했다. 연대와 관심을 꿈꿨다. 하나 돼야 한다던 이소선 어머니의 생전 희망. 반값 등록금 외치던 대학생들의 희망. 한미FTA를 반대하던 노동자 농민들의 희망. 길거리 농성 4년째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희망. 저마다 간절했던 희망사항이 올해 또 곳곳에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