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을 앓고 있던 화물 운수노동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출혈로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일까 아닐까. 법원은 교통사고로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출혈이 발생했거나 혹은 업무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업무상재해라고 판단했다.

오아무개씨는 화물차에 탑재된 기중기를 이용해 화물차에 고철을 싣거나 화물차에서 고철을 내리는 작업(상하차 작업)을 하며 화물차를 운행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씨는 거래처 상차작업을 마친 후 회사로 복귀하다 갑자기 차도를 벗어나 인도로 진행했고, 화물차 앞부분이 한 동사무소의 정문에 부딪혔다.

사고 발생 당시 오씨는 고철가격의 변동과 동종업체의 휴가기간이 겹치면서 회사의 거래량이 폭증해 나흘 전부터 무리를 해야 했다. 사건 발생 직전에는 무더운 날씨 속에 평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작업을 나흘 연속 수행하는 바람에 양쪽 눈에 충혈까지 발생할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가중된 상태였다. 그는 뇌동맥류 질환을 선천적으로 앓고 있었으나 건강은 양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오씨는 사고를 일으킨 후 119 구급차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고, 다음날 사망했다. 오씨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그를 치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소견서에서 "뇌출혈에 의해 의식이 소실되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족은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공단은 △망인의 뇌출혈은 교통사고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고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 망인의 선천성 뇌질환인 뇌동맥류가 파열돼 있었고 △뇌동맥류파열 역시 업무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기존질환이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돼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망인의 사인인 뇌출혈이 뇌동맥류파열에 의하여 발생한 것은 맞지만 기존질환인 뇌동맥류가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돼 발생한 것이 아니다"며 "출혈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통사고로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출혈이 발생하였거나 교통사고 전 업무로 인해 뇌동맥류가 파열돼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어 "뇌동맥류파열은 만성적 고혈압이 아닌 일시적 혈압상승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만성피로와 과로 스트레스 등 혈압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자들도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며 "파열되는 시점이 작업 중이었다면 작업환경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사건 발생 직전 무더운 날씨 속에 평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작업을 나흘 연속 수행하는 바람에 양쪽 눈에 충혈까지 발생할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가중된 상태로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된 점 △오씨의 사망원인으로 뇌동맥류파열이 추정되나, 이는 교통사고는 물론 운전이라는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순간의 긴장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것인 점 △오씨의 뇌동맥류파열이 기존 질환의 자연경과적인 악화로 발생하였음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은 점 △업무 이외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정도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아니 한 점 등을 제시했다.

[관련 판례] 부산지방법원 2009구단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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