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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베올리아 그리고 한국의 물 민영화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중 하나는 투자자-국가 제소권과 최소규제의무로 대표되는 공공부문 개방 관련 부분이다. 사실 한국경제는 90년대를 거치며 상품시장·금융시장 대부분이 철폐됐기 때문에 자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가장 큰 부분으로 남아 있는 시장 중 하나는 지금까지 시장이 될 수 없었던 영역, 즉 공공부문일 수밖에 없다. 철도·가스·전기·의료·수도 등 한국의 공공부문은 지금까지 제한적으로만 시장화돼 있었다. 그리고 한미FTA는 형식상 한국과 미국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지만 대부분의 초국적기업이 미국에 본사 또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효과는 전 세계 초국적기업에 대한 개방이다.

공공부문 중 상수도를 한번 살펴보면, 한미FTA로 내국민 대우, 최소규제기준 대우, 투자자-국가 제소권을 얻게 되는 초국적 물 기업은 프랑스계 세계 1·2위 물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 세계 5위권 물 기업인 영국 템즈워터를 소유한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 미국 내 급수인구 1위인 아메리칸워터웍스 등이다. 이들은 미국에 베올리아노스아메리카(베올리아)·유나이티드워터(수에즈)·템즈워터노스아메리카(맥쿼리) 등을 가지고 있어 한미FTA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다. 특히 이미 한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베올리아와 맥쿼리는 한국 상수도에 가장 빠르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올리아는 인천시와 사이가 각별하다. 베올리아는 200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05년부터 인천시로부터 송도·만수 하수종말처리시설을 20년 계약으로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인천시민 중 33만명이 이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3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둘의 관계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인천시는 2006년 한국에서 최초로 외국계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상수도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맺었다. 양해각서의 내용은 상수도 시스템 개선이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인천시 상수도사업소는 이미 서울시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꽤나 높은 수준의 상수도 운영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국 민영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스템 개선 다음에는 시스템을 운영할 위탁이 뒤따른다. 시민사회 진영과 공무원노조가 크게 반대하자 양해각서 이후 과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11년 한미FTA 통과가 예상되자 베올리아는 다시 한 번 인천시에 추파를 던졌다. 지난 10월 베올리아가 송도에 베올리아의 아태지역 종사자 연 3천명이 이용할 수 있는 700억원 규모의 교육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송도 투자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인천시에게 베올리아는 가뭄에 단비 같은 투자를 약속했다. 그런데 왜 베올리아가 송도에 아태지역 교육센터를 설립했을까. 1만8천여명이 근무하는 베올리아 아태지역에서 한국에 근무하는 베올리아 임직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에 특별한 기술연구소나 중요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260만명의 인구가 상수도를 이용하는 인천에서 베올리아가 노리는 것은 너무 뻔하다.

한국과 맥쿼리의 인연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맥쿼리는 한국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 등 20여개 민자 도로와 10여개 지역도시가스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맥쿼리는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말도 안 되는 민자도로 사업계획서를 들이밀고 민자사업을 벌여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뻥튀기 수요 예측으로 공사를 벌이게 한 뒤 예측에 미달하는 액수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조받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도시가스공급에 대한 지역 독점권으로 앉은 자리에서 큰 현금을 만들어 내는 지역도시가스 사업도 한국에서 가장 크게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이들의 정치권 로비능력은 추종을 불허한다.

한미FTA로 막강한 권한을 얻게 된 맥쿼리의 미국 물 기업(템즈워터노스아메리카와 아쿠아리온)들이 한국에서 장사를 어떻게 할지는 너무나 뻔하다. 돈 몇 푼에 넘어가는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상수도 민간위탁을 시행 중인 한국의 16개 지자체 중 일부는 로비에 넘어가 지자체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잔여임기 1개월 동안 기습 의회를 열어 민간위탁을 처리한 사례도 있다. 인천공항을 먹겠다고 덤빌 정도로 커진 맥쿼리에게 이들 지자체 상수도 사업권을 얻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일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상수도 개방은 유보목록에 있다며 괴담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가 한국의 상수도 체계를 제대로 살펴봤는지 의문이다. 한미FTA의 상수도 유보 부분은 민간 공급이 허용되는 부분에서 적용되지 않는데, 이미 한국 수도법에서는 광범위한 지방상수도 민간 위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마나 한 유보 조항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이미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초국적 물 기업들은 이제 한미FTA로 날개를 단 격이다. 한미FTA 폐기, 민간위탁을 허용하고 있는 수도법 개정이 절실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iwo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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