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제노동기구(ILO) 직업성 암 협약(제139호) 등 4개 협약 비준서에 서명했다. 정부가 이 비준서를 ILO에 기탁함에 따라 즉시 발효되는 실업(제2호) 협약을 뺀 나머지 3개 협약은 내년 11월7일부터 효력을 같게 된다.

이번 ILO 협약 비준은 2008년 이후 3년여 만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격을 높이는 차원에서 ILO 비준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데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정부는 ILO가 반드시 가입하도록 규정한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는 여전히 비준할 계획이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ILO협약 비준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지만 핵심협약은 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가입하지 않은 협약 4개는 결사의 자유(제87호)와 단체교섭의 권리(제98호)·강제노동 금지(제29호, 제105호) 등이다. ILO에 따르면 한국처럼 이들 4개 협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중국·브루나이·피지·몰디브·마셜제도·투발루 등 전 세계에서 7개 나라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들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지난 2006년 강제근로 금지 협약 비준을 추진했지만 행정지원업무 등을 맡고 있는 공익근무요원과 전투·해양경찰 전환복무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무산된 적 있다.

결사의 자유·단체교섭의 권리 협약의 경우 5급 이상 공무원이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공무원노조법과 노조의 파업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관행 때문에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기준이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편 한국과 ILO 핵심협약을 준수하는 내용의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미국은 핵심협약 중 2개 협약만 비준하고 있어 노동후진국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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