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수준이 전체 183개 회원국 중 120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민주노총이 한국의 ILO 가입 20주년을 기념해 8일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1991년 12월9일 ILO에 가입했다. ILO는 쉽게 말해 글로벌 노사정위원회다. ILO에 가입된 183개국 노사정 대표들은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 실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렇게 도출된 노사정합의문이 바로 ILO 협약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해 온 우리나라의 ILO 협약 비준현황은 망신스러운 수준이다. ILO의 공식 집계(2010년 12월 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24개의 협약을 비준해 짐바브웨에 이어 전체 회원국 중 128위를 차지했다.<표 참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는 27위다.

올 들어 한국정부는 ILO 실업 협약(제2호)과 주 40시간 협약(제47호)·방사선보호 협약(제115호)· 직업성 암 협약(제139호) 등 4개의 협약을 추가로 비준했다. 지금까지 총 28개의 협약을 비준했는데, 이 역시 OECD 회원국 평균(63개)에는 한참 못 미친다.

비준한 협약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ILO가 핵심협약(core conventions)으로 분류한 4개 범주(결사의 자유·차별 금지·강제노동 금지·고용상 최저연령) 중 일부 협약의 비준을 미루는 것도 문제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기본권 탄압정책을 유지·강화해 왔다”며 “이로써 정부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ILO로부터 13개 분야에 걸쳐 총 27차례의 시정권고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의 노동정책 가운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방안 도입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법제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불인정 △교사 및 공무원 노동기본권 불인정 △사내하청 노동자 노동기본권 불인정 등은 ILO 협약 위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ILO 협약 위반사건 5건을 ILO에 제소한 상태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은 무슨 염치로 국격을 자랑해 왔나”고 반문하면서 “국제기준에 따른 노동기본권의 확대는 선진 복지국가 진입의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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