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이브
삼성에서 일하다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들과 가족의 삶을 기록한 책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아카이브·1만4천원·사진)이 발간됐다. 저자는 현재 인터넷언론 등에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열전'을 연재하고 있는 르포작가 희정씨다.

이 책은 삼성 직업병피해 노동자들의 외로운 투쟁 과정과 삶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약자를 희생시켜 남은 자들이 이익을 나누어 갖는 약탈의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투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가족들과 그들의 상처를 명료하게 '계산'해 주는 삼성의 다양한 회유 형태가 묘사되기도 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에게 "하나 유미 씨 죽고, 둘 그것 때문에 할머니 쓰러져 돌아가시고, 셋 유미씨 어머니 우울증 걸리고, 넷 모아둔 돈이 치료비에 들어가 집을 못 옮기신 것에 대해 보상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또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병과 반도체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삼성에 정보를 요청하고,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서러운 과정을 통해 산업재해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를 보여준다.

책을 기획한 반올림은 "반도체 직업병 노동자들의 특별한 삶이 아닌 한국을 사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삶이 담겨있다"며 "이 책이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노동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모든 이들이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는데 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노동자들의 신음이자 절규"라며 "만약 우리가 그 절규에 눈을 감는다면 바로 우리가 다음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