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조 조직률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조직률 9.8%는 지난 77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조합원은 164만3천113명으로 2009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61만명 가까이 늘어난 임금노동자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조직률은 조합원을 전체 임금노동자로 나눠 산출한다. 분자보다 분모 증가세가 훨씬 빠르니 조직률이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해석은 분분하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면서 이들이 조합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조합원으로 조직하기 힘든 나쁜 일자리가 급속하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노동계의 해명은 들을 만하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노동계가 영세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조직화에 실패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노동운동의 생산력이 한계에 치달았다는 분석은 이런 의미에서 제기된다. 노동운동 위기론도 한몫한다. 노조 조직률 하락의 원인과 의미, 그리고 이를 타개할 해법은 무엇일까.


“일자리 늘고, 노조 약해졌다는 견강부회 안돼”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1989년 20%에 육박했던 노동조합 조직률이 9.8%라고 한다. 주체의 노력이 부족한 점도 깊이 자성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 자체를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특히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정책이 근본 문제다.

특성화고등학생조차 근로기준법을 배우지 않는다. 헌법 33조 노동기본권에 대해서는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LO협약은 183개 중 겨우 24개만 비준했다. 한미FTA를 날치기라도 하겠다는 노동인권 후진국에서 노조 조직률이 높기를 바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청년실업이 늘고 노년층의 불안정 취업이 증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고용대박’이라고 우기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자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다 보니 이들을 조직하기 위한 방도도 마땅치 않다.

선진화·진보·복지는 모두 노동기본권에서 출발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짚어 볼 것은 민주노총의 경우 공무원노조처럼 ‘조합원수’에 포함되지 않은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특수고용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했다. 하지만 이는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치기본권이 박탈된 공무원노조 역시 조직률에서 제외됐다. ‘일자리는 늘었고 노조는 약해졌다’는 식의 견강부회는 하지 않길 바란다.


“반노동정책으로 조직률 하락”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

비정규직·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등 저임금 취약계층의 증가로 임금노동자가 60만명 이상 늘어나 통계작성 이후 최초로 노조 조직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노조 조직률이 마(魔)의 한 자릿수 대로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유연화와 규제완화 등을 맹신하는 MB 정권의 반노동정책 때문이다. 물론 산업구조 변화와 기업별노조 체제를 강제하는 현행 노조법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정권집권 이후 잇단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악 그리고 사용자의 노조 회피전략 강화는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대량실업이 반복되면서 그 과정에서 노조 조직에 불리한 비정규직·취약계층이 증가해 조직률이 하락하게 됐다.

조직률 하락은 사회적 타협의 장애,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켜 허술한 사회복지와 양극화를 낳는 부작용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산별노조체계 및 단체협약 효력 확장, 노조 설립신고제 개선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노조운동 역시 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조직사업 시민운동과 결합하는 것도 방법”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
본부장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대기업이 적고 중소기업 비중이 높다. 중소기업의 기업별노조는 아무래도 자생력이 부족하고 독자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산별·지역·업종별 교섭이 잘 안 되고 있는 것도 조직률이 낮아지는 요인 중 하나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그나마 조직이 돼 있지만 새로 고용이 늘어나는 서비스업이나 정보통신업에서는 노조가 아주 적거나 아예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아웃소싱이라는 노동시장 변화에 노동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청년유니온이 있기는 하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노조는 매력적이지 않다. 젊은 노동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률이 낮은 비정규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주변부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캠페인을 많이 한다. 산별노조에서 조직부서를 대폭 강화하고 지역의 시민단체·여성단체·소수인종단체와 연계해 지역단위에서 커뮤니티 운동을 많이 펼친다. 조직화 사업을 지역사회 운동으로 벌이는 것이다. 이런 운동은 쉽게 만들어지기는 어렵지만 쉽게 사그라지지도 않는다.


“사측 노무전략·비정규직 증가, 노조 가입유인 줄여”

유병홍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병홍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지난해 노조 조직률이 9.8%로 떨어졌다. 전체 조합원수는 2009년보다 3천명 늘었지만 노조 조직대상 노동자가 60만8천명 늘어 결과적으로 조직률이 떨어진 것이다.

조직률은 89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원인은 산업구조와 고용형태의 변화로 노조 조직화가 어려운 서비스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이 증가한 데 있다. 또 사용자의 적극적인 인적자원관리도 조직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서 노조가 없는 것은 단순히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대기업들은 노동조건도 좋고 회사에서 대우도 잘해 주고 노동자들이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 노조 유인효과를 최소화하는 노무관리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직률 하락은 사측의 인사관리정책과 노조의 대응부족이 빚은 결과다.

비정규직 조직률이 낮은 것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탄압보다는 노조 가입유인이 없기 때문에 조직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사이다. 만약 한 달 뒤에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면 노조에 가입할 이유가 있겠나. 현재와 같은 기업단위 노조체계는 비정규직을 노조로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다. 산별노조가 비정규직을 적극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노조 조직률 하락추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조 가입의사 가진 잠재적인 조합원 30% 넘어”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부)

 

윤진호

인하대 교수
(경제학부)

전 세계적으로 노조 조직률 하락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보통 두 가지 설로 조직률 하락의 원인을 설명한다. 첫 번째는 산업구조 변화설이다. 조직화가 어려운 서비스업·여성노동자·화이트칼라가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조직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산업구조 변동이 전 세계적으로 똑같이 나타나고 있지만 조직률은 제 각각이라는 점이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조직률이 80%를 웃돈다. 중유럽은 40% 수준이다. 반면에 미국은 13%대다. 이런 결과는 산업구조 변화만으로는 조직률 하락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나라의 제도적인 요인이 노조 조직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정책이나 제도 가운데 조직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다.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데, 이들은 원천적으로 노조 가입이 어렵다. 가입 즉시 해고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여러모로 노조가입에 불리한 환경에서 일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나 법·제도하에서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면 노조 가입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노조 가입의사가 있어도 노조에 가입 못하는 잠재적인 노동자들이 많다. 실제로 연구 결과 사업장에서 최소한 30%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노조에 가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도 기업 틀을 넘어서는 산별노조라면 가입할 요인이 크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80%가 초기업노조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기업별노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효과 면에서는 똑같다. 노조가 조직률 하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실질적인 산별노조로 전환해 비정규직을 적극 조직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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