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아무개(34)씨의 죽음을 계기로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씨가 일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서울이나 제주경마공원보다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에는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개별고용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조교사는 경주마를 소유한 마주와 계약을 맺고 마필의 전반적인 훈련·경주진행을 총감독하는 사람이다.

가장 먼저 경마장이 생긴 서울의 경우 조교사와 마필관리사는 모두 마사회에 직접 고용돼 있었다. 그러다 93년 관련 업무가 아웃소싱되면서 조교사들이 개인사업주가 됐다. 마필관리사는 사단법인 조교사협회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부산은 2005년 출범 당시부터, 제주는 90년 출범 당시부터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고용했다.

서울에서도 여러 차례 개별고용 움직임이 있었지만 노조의 강한 반발로 실행되지 않았다. 서울은 조교사협회가 마필관리사의 임금과 복지를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제주는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부산과 같지만 조교사기수협회가 노조와 교섭을 하고, 임금·복지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부산에 비해 처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산에서는 조교사가 개별적으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관리한다. 임금과 복지가 천차만별이고, 고용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에는 사용주단체라고 할 수 있는 조교사협회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필관리사의 이직률이 높다. 조교사들은 마필관리사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외국인 마필관리사까지 고용하고 있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에 따르면 부산 마필관리사들의 시간외수당은 월 5만6천250원으로 고정돼 있다. 당직근무를 얼마나 하는지는 상관없다. 인력도 부족하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의 마필관리사 정원은 290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220여명으로 70명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마필관리사들의 산업재해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제주경마공원에서 근무하던 반아무개 마필관리사가 흥분한 신마에 몸이 끼면서 흉부압박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08년 5월에는 말에서 떨어져 목 뒷부분을 말발굽에 채인 박아무개 마필관리사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현재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다. 윤창수 노조 위원장은 “마필관리사들에게 경마장은 일터가 아니라 전쟁터”라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산업재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감사원에도 민원을 넣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원청 사업자인 마사회는 마필관리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고용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마필관리사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마사회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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