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의 담합에 의해 항상 피해를 보는 관리사를 왜 보고만 계십니까. 입사 이래 5번의 골절, 한 번의 뇌진탕, 수많은 상처들…. 그런데 한 번도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는 관리사가 불쌍하지 않습니까. 병원에 입원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가 옵니다. 언제 나오냐고. 그럼 저는 다리를 이끌고 또 말을 타러 나옵니다.”

지난 9일 오후 4시30분 경주 보문단지 H호텔에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 박아무개(34)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유서에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수차례 산업재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고충과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그는 유서에서 “한 달에 많으면 12번의 당직을 선다”며 “제 생활은 전혀 없고 교도소에서 사역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월급의 투명성도 결여되고 고용안정도 안 되고 매일 언제 잘리려나 노심초사하는 관리사들 참으로 불쌍하다”고도 토로했다.

박씨는 2004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입사해 7년 동안 마필관리사로 일했다. 마필관리사는 조교사의 지시로 경주마를 관리하고 훈련시키는 일을 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경우 마필관리사들이 소사장 격인 조교사에게 개별적으로 고용돼 있다. 이달 5일 오전 그는 마방 숙소에서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배 마필관리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사건 이후 그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씨는 유서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다툼이었다”며 “원만히 해결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시행체(마사회)의 압박을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간다”고 털어놓았다.

윤창수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마필관리사로 12년 동안 일하면 조교사 시험을 볼 수 있다”며 “폭력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마사회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인사기록에 남으면 문제가 될까 봐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유가족은 마필관리사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필관리사 처우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는 성명을 내고 “과중한 업무로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폭행사건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고인의 마음과는 달리 마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은 극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며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는 선진경마를 들여와 결국 마필관리 노동자들 죽음으로 내몬 마사회의 책임을 물어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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