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는 갈렸다. 환호성이 터졌고 무거운 침묵이 돌았다. 꽃다발 든 손 줄줄이 부여잡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플래시 번쩍 그 밤이 대낮처럼 밝았다. 어두운 표정 감추질 못하고 누군가는 쓸쓸히 돌아섰다. '끝판대장' 마무리 투수 공 끝에도 그 밤 희비는 갈렸다. "잘된 거지, 이제 좋은 일만 있겠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8층에서 정병규(사진 오른쪽)씨가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전평이다. 55년생, 다 늙은 해고자는 트위터 보느라 바빴다. 입문 3개월째다. 쓸 줄도 전달할 줄도 몰라 그저 안 빼먹고 본다고. 재밌단다. 속이 뻥 뚫린다고 한다. 종일 선거 열기가 뜨거웠다는데, 한진중공업 얘기도 가끔 있어 좋았다고 했다. 김진숙씨의 글도 꼬박 챙겨본단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여기를 봐 달라"며 한진중 해고자들의 중노위 점거농성 소식을 트위터에 전했다. 부당해고 재심판정은 화해권고만 남긴 채 판정을 미뤘다. 교섭은 꼬였다. '일희일비'하면 되겠느냐며 늙은 해고자는 덤덤했다. 익숙한 듯 농성장은 조용했다. 소식 듣고 달려온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장만이 그 앞 닫힌 철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농성장에서 다섯 번째 겨울을 맞는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은 11월1일이면 300일을 맞는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28일 '월동준비' 일일주점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그 시각 서울시장 당선자는 월동대책부터 챙기겠다고 당선소감에 밝혔다. 시청광장이 들썩였다. 기쁘다고도 슬프다고도 할 수 없다. '사실상' 그 밤 희비는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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