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기자


"합리적 재원배분이 아닌 돈놀이에 혈안이 된 금융회사와 금융거래는 더 이상 99%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가 정의를 세우기 위해 여의도 점령시위를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입니다."

한국판 월가 점령시위인 여의도 점령시위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투기적 금융에 반대한다"며 "노동과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금융자본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사기업화하는 것은 물론 일반 기업까지 침투해 기업 분할매각이나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는 금융의 투기적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시위에 앞서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식과 파생상품 등 한국거래소 거래 대부분이 투기적 금융상품"이라며 "차라리 한국거래소 운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한국거래소는 1%의 이익을 위해 99%를 수탈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이라며 "한국거래소 점령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율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투기적 금융자본은 대주주의 배타적 수익을 추구하면서 노동자·소비자·지역 서민에 대한 약탈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노동의 권리도, 소비자 보호도 사라지면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모욕과 빈곤, 그리고 분노뿐"이라고 비판했다.

 

김봉석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 후 '여의도를 점령하라, 투기금융을 규제하라'·'당신들의 이윤의 원천은 우리의 노동력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까지 20여분에 걸쳐 행진했다.

여의도 점령시위 본행사에는 투기자본감시센터·금융소비자협회·참여연대 등 시위 주최 단체뿐만 아니라 키코(KIKO)·저축은행 등 금융피해자 200여명이 함께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한 시위 참가자는 "각종 금융비리와 금융감독의 소홀로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부도가 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지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누구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정말 서민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청와대와 정치권에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기에 뭉쳐서 항의하려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 피해자들도 "평생을 바쳐 땀과 눈물로 키워 온 수출 중소기업들이 키코 때문에 하루아침에 공장문을 닫았거나 회생을 위해 지금도 몸부림치고 있다"며 "그러나 키코를 팔았던 은행들은 우리가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려 벌어들인 귀중한 외화를 강탈해 성과급 잔치를 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시위에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이 참가해 "3%대인 쇼핑몰 카드수수료를 다른 업체와 비슷한 2%로 낮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규제 완화정책을 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 부실을 초래했던 금융감독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조붕구 금융소비자협회장은 "수탈적 금융시스템을 이대로 둔다면 1%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99%는 신용불량자와 같은 경제적 사망상태로 치달을 것"이라며 "추수 때 메뚜기 떼처럼 은행과 기업의 알곡만 훑어 먹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나서는 금융투기자본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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