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최근 또다시 목숨을 끊었다. 벌써 17명째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외침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해고하고, 다른 쪽에서는 배당잔치를 하는 한진중공업 같은 부도덕한 기업은 지탄을 받았다. 희망버스의 성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자본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 방증한다. 그렇지만 제2, 제3의 한진중공업은 여전히 널려 있고 아무런 견제 없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요건은 이제 문구로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영상 이유가 아닌 노조파괴를 위해 정리해고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흑자기업인데도 순이익이 줄었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한 흥국생명이 대표적이다. 무분별한 정리해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선진국들, 우리보다 엄격하게 정리해고 규제”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정리해고의 유형은 크게 ‘경영위기 극복형’과 ‘위기 예방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경영위기 극복형은 경제적 곤란에 의한 정리해고를 뜻하고, 위기 예

김남근 변호사

방형은 기술적 변화 또는 기업의 경쟁력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독일·프랑스의 경우 위기 예방형 정리해고도 포함하고는 있지만, 대개 배치전환·재교육·조업단축의 시행 등 구체적인 해고 회피노력과 연계해 위기 예방형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사용자로 하여금 고용유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사후적으로 해고자의 전직을 지원하거나 구체적인 재고용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고의 자유를 중시해 온 미국에서도 정리해고의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방법 등을 단체협약으로 정해 정리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영국도 노동관계법에 정리해고 관련 협의절차와 협의의무를 규정해 정리해고를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은 행정통제 시스템 등을 통해 대량 해고를 방지하고, 대량 해고에 따른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의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전직지원장려금과 유사한 제도를 통해 행정기관이 대량 해고 전에 개입해 사용자로 하여금 조업단축 등을 시행하고 노동자에게 조업단축으로 줄어드는 임금의 일부를 지원해 최대한 대량의 정리해고를 예방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경영상 이유 해고, 사용자가 입증해야”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김형동 변호사

정리해고 제도는 도입 자체가 문제였다. 돌이켜 보면 사회적 합의도 없었다. IMF가 구제금융을 대가로 강제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전적으로 투기자본과 기업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 경영 과오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수단으로만 악용돼 왔다. 우리나라 절대 다수의 정리해고 사용자는 그 일자리를 외주화나 비정규직으로 메우고 있기도 하다. 폐지해야 마땅하다. 현안 사업장인 한진중과 쌍용차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설사 두더라도 엄격한 제한을 해야 한다. 단협으로 그 요건을 정한다든지, 경영상 이유에 대한 자료제출과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의 정리해고 요건은 법률상 기준이 모호해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을 조장해 왔다. 시대에 따라 ‘경영상 이유’의 의미가 갈대처럼 오갔다. 미래의 경영불안까지 감안한 정리해고도 가능하다니 누가, 어느 사용자가 유혹을 느끼지 않겠는가.


“요건은 엄격하게, 불가피한 경우 노사협의”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발생한 해고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과 한진중 정리해고를 둘러싼 갈등으로 정리해고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해고요건을 완화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경영상의 필요’로 개정할 것과 해고시 통보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줄여 구조조정을 쉽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외국의 정리해고 제도와 같은 엄격한 요건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행 근로기준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리해고는 노동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사용자의 경영상 이유에 의해 이뤄지는 해고다. 다수 노동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리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함으로써 사용자에 의한 정리해고의 남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기업경영이 극도로 어려워져 기업과 구성원 전체의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노사의 협의에 따른 정리해고가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제에 정리해고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에서는 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과 해고노동자의 재취업 및 생활보장 대책이 서로 균형 있게 고려되는 종합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에서도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한 전문가와 노사의 의견 수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선진국과 같은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틀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정리해고 15년 체제 종식시킬 때”
정동영 민주당 의원

정동영
민주당 의원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한진중 정리해고가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정했지만 지난 8월 국회 청문회에서 여야 모두 한진중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국 국정감사에서 여야 권고안까지 만들어졌다. 현실적으로 부당한 정리해고 관련 법조항이 포괄적으로 적용되면서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부당한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서는 시급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것이 거의 회사가 폐업이나 존폐의 상황이 아니라면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 노동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해고회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란 게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24조(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는 악용사례가 많다. 여야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정리해고제는 96년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 이후 올해로 15년째를 맞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불가피한 상황서 허용된 바 있지만 지금은 정리해고 15년 체제를 종식시킬 때다. 야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 한진중 정리해고 사태에서도 단합된 힘을 보여 줬다. 앞으로 부당한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에 함께 나설 것이다.


“정리해고법(근로기준법) 반드시 바꿔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정리해고는 명백한 살인이다. 이러한 살인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지난날 역사 속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굴지의 기업이거나, 알짜배기 중소기업이다. 한진중과 쌍용차가 그러하고, KEC와 상신브레이크가 그러하다.

이미 쌍용자동차에서만 17명의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했다. 사측은 여전히 ‘사정이 어렵다’며 재고용약속은 지킬 수 없다고 한다. 그 ‘사정’이라는 것이 거짓으로 밝혀진지 한참인데도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눈감아 주기’밖에 없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어쩔 수 없었다”,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였다. 하지만 심리상담사 역시 비정규직이었고, 프로그램은 몇 번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다였다. 노동자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사업장 밖으로 내몰린 채, 경영이 어렵다던 회사가 정상운영되고 사업주들이 배당 잔치를 벌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법이 돼 버렸다. 노동자가 회사의 결정에 의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말로는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이라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인력감축의 합리성’이면 족하단다.

곧 노동자들의 힘으로 현재의 정리해고법을 바꿔 낼 것이다.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 요건과 그 절차를 매우 엄격히 제한할 것이고, 정리해고 전 반드시 고용유지정책을 시행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해고노동자들 대상 상담·지원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해고 노동자 우선 재고용 원칙을 어길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살인이 벌어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은 동지들의 죽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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