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원청인 한국수자원공사는 하청인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양태경)는 청소용역업체 아태산업개발 소속 노동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자원공사지회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지난 6일 수용했다. 법원은 수공이 지회의 단체교섭에 응할 때까지 1일 5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는 신청도 받아들였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원청인 수공이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청소용역 노동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수공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관련해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부 행사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에 따르면 수공과 아태산업개발은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특수조건으로 시설·청소용역 노동자의 근무인원이나 배치조정 권한을 원청이 행사하도록 했다. 이어 폐지 판매수익금을 원청에 귀속하되 필요시 용역노동자의 포상비나 복리후생비로 쓰도록 했다. 또 회사 외부지역 물품운반이나 행사지원 등을 위해 작업을 지시할 수 있고, 수공의 평사원에 준하는 실비를 원청이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수공은 아태산업개발에 시설·청소용역 노동자의 업무수행 상태를 점검하거나 감원을 요구했다. 작업요청서 등을 통해 청소노동자에게 작업시간과 장소·내용 등을 지시했고, 이들의 휴게실에 TV케이블과 냉장고를 설치해 주기도 했다.

법원은 “수공이 아태산업개발 소속 노동자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폐지 처분·휴게공간 개선·노조사무실 제공·연장근로 조정·업무범위 조정에 관해서는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금이나 정년의 경우 "아태산업개발 인사규정에서 정하고 있으므로 교섭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