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 통합안을 표결에 붙이고 있다. 찬성하는 대의원들이 표찰을 올리고 있다. 연윤정 기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이 무산됐다. 

민주노동당은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구민회관에서 임시당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는 ‘향후 진보대통합 추진방안 승인의 건’을 표결에 붙인 결과 재석 대의원 787명 중 510명(64.8%)이 찬성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합당 등 당의 조직진로와 관련한 결정은 찬성 대의원 3분의 2(525명)를 넘어야 한다. 15명이 부족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은 결국 물 건너가게 됐다.

이날 당대회는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 통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붙는 등 당대회장 안팎에서 시종일관 첨예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대회장 밖에서는 출입구를 에워싸고 부결을 호소하는 피케팅이 이어졌고 당대회장 안에서는 찬반토론이 팽팽히 이어졌다.
 
김영훈 위원장 “민주노총 분열 안돼” 부결 호소
 
특히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완곡하게 부결을 호소해 눈길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결정이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과 충돌한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걱정이 된다”며 “아마도 복수 진보정당의 존재는 물론 민주노총이 민주당 등 보수야당의 먹잇감이 됐을 때 그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민주노총 일부 출세주의자들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와 정권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단이라고 호소할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선운동의 혼란도 우려했다. 그는 “(전선체인) 민중의 힘을 만들려고 사력을 다해 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이것이 잘못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 강조했다. 또 "마지막 도청을 지키는 사수대 심정"이라며 "나의 유일한 정치방침은 ‘정치방침으로 민주노총이 분열하지 않는 것’이며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 결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참여당 안아 진보대통합당 만들어야”
 
이어 표결을 붙이기에 앞서 찬반토론자 5명씩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국민참여당은 5·31 최종합의문을 승인했고 과거를 반성했는데도 부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민참여당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민주노동당도 진보적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만큼 이들을 막을 기준이 없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플랜트건설 노동자라고 밝힌 또 다른 대의원은 “노동현장에선 진보소통합말고 진보대통합을 해서 힘을 갖고 노동자 편을 들어 달라고 한다”며 “국민참여당 세력은 촛불시위에 나서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했는데 그들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고 주장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공동통합추진위원장도 찬성 발언을 통해 “지난 해방정국 속에서 진보3당이 통합하려다 문턱을 높이는 관문주의로 결국 실패하고 그 뒤 미군정의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며 “자주평화통일과 민중의 생존권을 위해 지지율이 높고 쓸 만한 강력한 진보정당은 현장 노동자의 한결같은 염원이기 때문에 우리도 진보대통합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흔들어선 곤란 … 진보진영 단결해야”
 
반면 반대 토론자들은 노동현장의 분열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한 대의원은 “민주노동당이 탄압 속에서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민주노총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나 지금은 (이 문제로) 민주노총 내 분열이 격화되고 있다”며 “전체 진보진영과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을 위해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노동진영은 진보대통합을 요구했는데 그 결과가 더 심각한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며 “(국민참여당 통합안건) 가결시 민주노총은 배타적 지지는 물론 정치세력화도 할 수 없기에 노동자 분열을 막고 정치세력화에 나설 수 있도록 부결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의원은 “2003년 김주익 한진중공업노조 위원장이 85호 크레인 위에서 목매 숨졌을 때 대통령은 ‘죽음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며 “김진숙이 같은 장소에서 생사를 건 투쟁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참여정부 시절 죽어 간) 김주익·허세욱·농민 등의 비극을 잊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권 의원은 국민참여당 문제로 민주노총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라며 “지금 (민주노동당이 안지 못한) 반쪽의 노동자가 저 밖에 있는데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그들을 안을 수 있도록 우리가 길을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도 ‘후폭풍’, 진보대통합 논의 재개될까
 
이번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과를 두고 노동진영은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다. 이날 당대회장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로 속내를 대신했다. 또 다른 전직 산별연맹 위원장 출신 대의원은 “일단 저지했다”면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가결을 막은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에 이어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을 부결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동안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강력히 밀어붙인 지도부에 대한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이정희 대표 등 지도부 사퇴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의 또 다른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에 지도부 사퇴 요구까지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최대 관심사는 이 대표의 거취문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진보신당에 이어 민주노동당도 각자의 통합안을 부결함에 따라 진보대통합 논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새통추)에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대통합 논의가 돌고 돌아 원점이 된 셈이다.
 
노회찬·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 통합파로 이뤄진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새진보통합연대)의 새통추 참여 여부도 주몬된다. 물론 새통추에서 국민참여당 참여 문제가 재기될 수는 있으나 여의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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