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락할게요.” 르 탄 칸(남·23)씨가 한국어 교사들에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일 새벽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가 입국수속을 마치자마자 온 곳은 경기도 여주의 한국노총 중앙교육원이었다.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협력센터가 개설한 20시간 취업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응엔안에서 농사일을 했다는 그가 한국에서 느낀 첫 인상은 예상대로 “정신없어”였다. 8일 오전 취업교육을 수료하던 날 고맙다고 인사하던 그의 표정은 밝았다. 르 탄 칸씨는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너무 긴장되고 피곤했다”며 “교육을 받으면서 교사들도, 동료들과도 친해져 좋았다”고 말했다. 드디어 돈을 벌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도 내비쳤다. 한국에서 번 돈으로 베트남에 오토바이 수리점을 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르 탄 칸씨는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에 있는 제조업체로 이동했다. 업체 관계자가 교육원을 직접 찾아 기초교육을 받은 뒤 기다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데려가는데, 그도 앞선 선배들과 같은 길을 손을 흔들며 떠났다. 동료 한 명이 그와 같은 차를 탔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만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나라와 인력을 송출하겠다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나라는 15개국이 됐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들도 33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한국에서 걸음마를 배우는 곳이 바로 센터의 취업교육장인 셈이다.

2004년부터 베트남 취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은주 센터 대리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근로자를 보면 60~70년대 독일에서 일했던 광부나 간호사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2박3일이 외국인근로자들과 큰 교감을 나누기엔 부족한 시간”이라면서도 “이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날 취업교육 수료식을 포함해 국제노동협력센터의 총 수료기수는 7년 만에 500기가 됐다. 센터는 베트남과 몽골·태국에서 온 노동자들을 교육했는데, 수료자가 8만814명에 달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의 4분의 1이 센터의 취업교육을 받았다. 센터의 취업교육이 그나마 외풍을 잘 버텼기 때문이다. 노사발전재단은 "7년간 취업교육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곳은 센터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김성진 센터장은 “재단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현지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며 “한국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취업교육을 수료한 뒤에도 교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신뢰감을 갖는다”고 귀띔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