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노사 양쪽이 함께 중재를 신청해야 중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노사가 합의를 통해 어느 한쪽이 중재를 신청해도 중재가 가능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른바 ‘일방중재 제도’다.

중재가 시작되면 노조는 보름간 파업 등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또 노동위가 중재한 내용은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노사갈등이 장기화하거나 해결책을 찾기 힘들 때 노동위의 중재를 받아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일방중재의 경우 중재의 효과보다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막는 쪽으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오티스엘리베이터노조도 2006년 파업을 포함해 매번 파업 때마다 단협상 일방중재 조항에 발목이 잡혀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했다.

일방중재 조항 때문에 노사가 격렬하게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롯데호텔노조 파업이다. 당시 회사측이 단협에 따라 중재를 신청했는데,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일방중재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됐고, 파업장소에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되는 등 큰 충돌을 빚었다. 결국 롯데호텔 노사는 2002년 6월부터는 일방중재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는데, 사측은 2002년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도 일방중재를 신청해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현재 단협상 일방중재 조항을 도입한 사업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관련 조항이 대거 도입됐고, 노사합의 없이는 삭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도 상당수 사업장에 일방중재 조항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일방중재 제도는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노조의 단체행동을 봉쇄하는 쪽으로 악용할 수 있어 과거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제도와 마찬가지”라며 “2006년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될 때 노조법상 일방중재 조항도 삭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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