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노동과 세계 / 경찰이 28일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서울 도심 일대서 열린 4차 ‘희망의 버스’ 행사가 경찰의 ‘물대포’ 속에 마무리됐다.
희망버스 참가자 3천여명은 28일 낮 12시께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본사 앞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로 본사 인근 도로 위에서 집회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전날부터 1박2일에 걸쳐 진행된 4차 희망버스 행사는 큰 부상자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희망의 버스는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와 김진숙과 사수조 네 명의 안전한 귀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의 버스는 우리 모두를, 우리 시대 전체를 구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진중 본사 주변에는 전·의경 7천여명이 배치돼 집회 참가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이들의 행진을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4~5차례에 걸쳐 물대포를 쐈다. 경찰의 물대포는 지난 2008년 10만여명이 참가한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것이다. 경찰은 이번 4차 행사와 관련해 주최측 관계자 등 11명에 대해 출석을 요구하고,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를 폭행한 시위대 김아무개씨 등 4명을 조사 중이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3차례 열린 희망버스 집회에서 110명이 입건되고 134명이 출석요구를 받았다.
앞서 이날 오전 7시께 희망버스 참가자 10여명은 종로 인왕산과 서대문 안산에 올라 산상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청와대가 마주보이는 곳에 ‘정리해고 철폐’·‘막힌 귀를 뚫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한진중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인왕산 집회를 불허하기로 하고 등산객들을 상대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에 경찰과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 마찰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참가자들이 산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철 무악재역과 무악재 청구아파트 인근의 통행을 제한하고, 인왕산길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기도 했다.
행사 첫날인 27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7시께 서울 청계천광장 일대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는 각지에서 모인 노동자와 시민 7천여명(주최측 집계)이 참가했다.
무대에 오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네 번째 희망버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답이 없다”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비호하는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에 참가 중인 문정현 신부도 무대에 올랐다. 문 신부는 “국방부와 해군이 주민 1천여명을 쫓아내고 전쟁을 위한 기지를 지으려 한다”며 “희망버스에 이어 평화비행기를 타고 평화를 지키는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한진중 영도조선소 내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의 전화연결도 진행됐다. 김 지도위원은 “서서히 변화가 오고 있으며, 희망이 보이고 있다”며 “모두 전국에서 올라온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밤 10시께 청계천 주변을 따라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는 영세상가 강제 철거 반대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명동 ‘카페 마리’를 거쳐 퇴계로2가와 명동역을 지나 서대문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서대문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참가자들과 합류해 밤 12시 넘어 독립문공원에 진입했다. 공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밤새 희망의 토크쇼, 집단 문예공연 같은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한편 보수성향 단체들은 희망버스 행사에 대한 맞불 집회를 벌였다. 어버이연합 회원 300여명은 27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희망버스는 나이 많은 우리 회원들에게 폭행과 욕설을 가한 패륜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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