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쓰러져 한 달가량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사망한 현대자동차 판매직 노동자 김아무개(43)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25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공단 고양지사는 숨진 김씨의 가족들이 지사에 제출한 유족급여청구신청을 지난 19일 승인했다. 자동차 판매직 노동자의 죽음과 그의 업무 사이에 연관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93년 6월 현대차 판매사원으로 입사한 고인은 자동차 판매와 고객관리·A/S 등의 업무를 해 왔다. 고인의 일과는 아침 8시30분까지 회사에 출근해 오전회의를 한 뒤 자동차 영업을 위해 회사 밖으로 나가 고객을 만나고, 오후 5시30분 일일마감을 한 뒤 퇴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퇴근 이후에도 고객을 만나는 일은 계속됐고, 특히 영업실적이 높게 나오는 지난해 연말 고객관리를 위한 각종 모임이 이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고인은 자신이 속한 지점의 ‘판매왕’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2009년과 지난해 회사로부터 10번이나 표창장을 받은 우수사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우수사원 자격으로 일본 연수를 다녀온 뒤 밀려 있는 업무를 처리하면서 주변에 피로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14일 출근길에 뇌출혈로 쓰러져 다음달 14일 사망했다.

고인이 속한 현대차는 98년 이후 직영 판매사원을 줄이고 외부 대리점을 늘리는 구조개편을 진행해 왔다. 직영사원과 대리점 직원 간 실적경쟁이 구조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판매사원들은 노동강도 강화를 호소하고 있다. 2008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실시한 ‘현대자동차 판매·남양연구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매직 노동자의 56.5%가 만성피로를 호소했고, 27.4%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상태를 보였다.

같은 조사에서 판매직 53.5%가 “노동강도가 강하다”고 답했는데, 노동강도 강화의 원인으로는 △대리점과의 경쟁 △기본급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임금체계 △지점 통폐합 및 광역 딜러화 추진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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