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주최 ‘희망 시국대회’가 20~21일 이틀간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1만여명은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조남호 회장을 구속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시국대회는 거리행진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20일 오후 5시께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 모여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피해 남대문로 방향으로 우회해 롯데백화점 앞과 삼성화재 본점 앞 도로에 머물며 밤 9시30분까지 거리집회를 벌인 뒤에야 서울광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날 대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손학규 민주당 대표·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5당 대표도 참석했다. 손학규 대표는 대회장에서 야권통합을 공개 제안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민주·진보진영이 하나가 되기를 제의한다”며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진보정신의 승리를 위해 대통합을 이뤄 내자”고 말했다.
 


각종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한진중 정리해고의 불법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한진 자본의 불법적 폭력을 처벌하기 위해 국회는 즉각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그토록 구출하고 싶어 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정리해고의 진실, 교사·공무원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정치탄압은 TV에도 신문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썩어 빠진 언론판을 두고 볼 수 없어 언론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 해고자 가족들도 단상에 올랐다. 도경정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청문회장에 가족들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나만 들어갔는데, 그동안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던 조남호 회장의 뒷모습만 봐도 눈물이 났다”며 “많은 이들이 조 회장의 부도덕성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민주노총은 한진중과 조남호 회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을 경고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정리해고를 철회할 수 없다는 조남호 회장의 가증스러움에 치를 떨었다”며 “국회 청문회도 처벌하지 못한 부패한 재벌을 민주노총이 앞장서 축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진중 부산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과의 전화연결도 이뤄졌다. 김 지도위원은 “희망버스가 없었으면 청문회도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희망버스가 승리의 버스가 되는 날까지 웃으며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당부했다. 4차 희망버스 행사는 27~28일 서울에서 진행된다.

새벽까지 이어진 시국대회와 야간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21일 오전 7시 한진중 본사가 있는 용산구 남영동으로 향했다. 이들은 한강로 서울역 방향 차로에서 거리행진을 벌였으나 남영삼거리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한진중 본사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어 오전 8시50분께 자진해산했다. 이틀간의 시국대회 기간 동안 연행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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