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노동자·서민의 삶을 보여 주는 경제지표가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재벌의 수익률과 소득은 급격히 증가했다.
민주노총이 2일 발표한 이슈페이퍼 ‘노동자 경제지표를 통해 본 이명박 정부 4년’에서 △노동소득분배율 △최저임금을 포함한 실질임금 인상률 △임금 격차 및 불평등 △실업률 등 고용의 양과 질 △개인소득과 기업소득 격차 △빈곤과 소득불평등 △대-중소기업 양극화 등 7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노동소득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노동의 대가로 가계에 지불되는 소득의 비중을 의미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62.6%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해 2000년에는 58.1%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2008년 61.0%, 2009년 60.6%, 지난해 59.2%까지 하락했다.

전체 취업자 중 임금노동자 비중 증가를 고려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더욱 악화됐다.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했다. 이를 반영한 조정 노동소득분배율은 현 정부 들어 2008년 56.2%, 2009년 54.8%, 지난해 52.2%까지 낮아졌다. 노동소득분배율 감소는 노동자의 소득이 기업의 영업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자랑해 온 경제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질임금 인상률 하락·정체=실질임금은 실질구매력을 나타낸다. 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적인 임금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8·2009년 연속 감소했고(-0.5%) 지난해에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 기준 실질임금(5인 이상 사업체 임금총액)은 236만4천7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6만4천718원보다 4.08% 줄었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4%대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실질임금인상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은 높아진 반면 임금인상률이 낮아지면서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실질임금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도 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한 끝에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포함해 실질임금 인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정체하고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노동자·서민의 삶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 불평등 심화=이명박 정부 들어 임금 격차와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심화됐다. 저임금 계층도 늘어났다. 시간당임금을 기준으로 저임금 계층은 2007년 23.3%에서 올해 28.1%까지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중위임금(시간당 8천635원)의 3분의 2인 ‘시간당임금 5천757원 미만’을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하면, 1천707만명 중 479만명(28.1%)이 저임금 계층이다. 정규직은 13명 중 1명, 비정규직은 2명 중 1명꼴로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4천320원 미만 노동자는 204만명(12%)에 달했다.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도 2000년 8월 4.2%를 기록한 뒤 계속 상승해 2007년 이후 12%대의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 임금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 추세가 두드러졌다. 월 평균임금 기준으로 2007년 50.1%(8월 기준)에서 2008년 49.9%, 2009년 47.2%, 지난해 46.9%로 떨어졌다. 시간당임금 기준으로도 2007년 51.1%, 2008년 50.6%, 2009년 48.4%, 지난해 48.3%로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 3월 기준 비정규직 임금 비중은 정규직 임금 대비 50%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는 2008년 이후 꾸준히 확대됐다. 2008년 3월 기준 상위 10%의 시간당임금은 하위 10% 임금의 4.86배였는데, 이 격차는 올해 3월 5.27배로 벌어졌다.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도 두 계층 간 소득격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5.35배에 달했다.

◇고용 ‘양'과 '질’ 모두 나빠져=이명박 정부 들어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정체되거나 나빠졌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인 공식실업률은 2008년 3.2%에서 올해 1∼6월 3.8%로 증가했다. 이러한 공식실업률은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취업준비자나 구직단념자, 18시간 미만 노동자 중 추가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2008년 6.1%에서 지난해 7.6%까지 치솟았다.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8년 59.5%에서 2009년 58.6%로 떨어졌고, 올해(1월∼6월)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의 질도 좋지 않았다. 저임금 계층이 2007년 23.3%에서 올해 28.1%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것은 ‘적절한 임금’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노동시간’이 지켜지는 좋은 일자리는 찾기 힘들었다. 주 5일제를 적용받는 비중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50%밖에 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아직도 심야노동이 행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천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1천749시간)과 비교하면 20%가량 더 많이 일한다.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의 하나인 고용안정성도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3월 현재 임금노동자 평균 근속연수는 5.12년이었고, 근속연수 1년 미만의 단기근속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35%나 됐다. 비정규직의 경우 2명 중 1명 이상이 1년 미만(55%) 근속자였다.

◇개인소득 하락, 기업소득 급증=개인 가처분소득은 가계의 수입 중 소비와 저축 등으로 개인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개인 가처분소득도 함께 증가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달라졌다. 2000년대 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4.4%였지만, 개인의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약 1.7%에 그쳤다.
2007년 이후 가계와 기업의 실질가처분소득 증가율 격차는 2007년 14.7%포인트, 2008년 16.4%포인트, 2009년 19.4%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기업의 소득만 비약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개인의 소득증가율은 80년대 9.9%, 90년대 6.6%로 하락하더니 2000년대에는 1.7%까지 떨어졌다. 반면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80년대 6.1%, 90년대 4.3%로 개인 소득증가율을 밑돌았지만 2000년대 들어 14.3%까지 급증했다. 개인 소득증가율(1.7%)에 비해 무려 12.6%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개인의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빈곤 심화, 소득분배 불평등 커져=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빈곤 비율을 의미하는 ‘절대빈곤율’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수는 정체돼 있다. 수급률이 3.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수준별로 나란히 세웠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의 50%를 밑도는 빈곤 비율을 의미하는 ‘상대빈곤율’은 2006년 14.3%에서 2009년 15.3%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14.9%로 다소 하락했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2006년 0.306에서 2009년 0.314로 상승했다가, 지난해 0.310으로 다소 개선됐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배)’도 2006년 5.38배에서 2009년 5.75배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5.66배로 약간 개선됐다.

지난해 소득불평등지수가 다소 개선됐다고는 하나, 이를 두고 소득분배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임금불평등 증가, 대-중소기업 격차 심화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감안할 때 빈곤과 소득불평등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확대=이명박 정부의 재벌 친화적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됐다. 2007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은 각각 3.81%, 3.26%를 기록했다. 이후 대기업의 순이익률은 급격히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의 상승률은 미미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 격차는 2008년 0.55%포인트, 2009년 3.15%포인트, 지난해 4.5%포인트까지 급격히 확대됐다.

대-중소기업 양극화의 또 다른 지표는 채무상환능력 격차의 확대다. 채무상환능력을 보여 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으로 단기 차입금 및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비율) 격차가 3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대기업의 경우 2009년 89.8%에서 올해 96.3%로 6.5%포인트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올해 31%로 2009년(34.7%)보다 오히려 3.7%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금흐름보상비율 차이는 2009년 55.1%포인트에서 지난해 65.3%포인트로 커졌다.

이슈페이퍼를 작성한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임금억압을 통한 재벌 수익률 보장’”이라며 “이런 정책은 노동자·서민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실질임금과 실질소득 확대, 좋은 일자리 창출, 재벌과 금융자본 규제를 통해 불평등한 경제구조 개혁만이 한국경제가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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