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희망단식 농성장’이 온종일 북적였다. 공무원과 경찰 등이 동원돼 농성장이 철거됐고, 그늘막조차 없이 농성을 벌이던 노동계와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이곳을 찾은 어버이연합 회원들로부터 비난 세례를 들어야 했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대한문 앞에 설치된 7동의 농성천막이 기습적으로 철거됐다. 철거작업을 위해 서울 중구청 소속 공무원과 경찰, 용역업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동원됐다. 철거 당시 농성장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위해,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세안을 위해 잠시 농성장을 비운 상태였다. 같은 시각 대한문 맞은편 재능교육 농성단의 천막도 철거됐다.
 


몇 시간 뒤 또 한 번 충돌이 벌어졌다. 이날 정오께 농성자들이 다시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농성자와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3명이 연행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철거된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이 철거되더라도 희망은 철거되지 않는다”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단식과 총력투쟁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는 20~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희망 시국대회’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인사 등 5만명의 참여를 조직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도중 ‘예비역 국가유공자회’·‘납북자 가족모임’ 등으로 구성된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이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은 농성단을 향해 “불법을 일삼는 이적단체”라고 비난했다. 농성장을 찾은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도 “나라 망치는 빨갱이들은 국회를 떠나라”고 주장했다. ‘희망버스’에 대해서는 “80대 노인을 중환자로 만드는 패륜버스”라고 힐난했다. 희망버스나 희망단식의 취지에 대해서는 엉뚱한 주장을 내놓았다. 어버이연합 소속 한 회원은 “부산의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게 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시켜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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