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지 않는 산별노조의 지회는 자체 총회를 통해 조직의 형태를 기업별노조로 바꿀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산별노조 소속 지회는 노조에 편제된 기구에 불과하므로 독자적 노조만이 할 수 있는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이건배 부장판사)는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와 발레오전장노조 등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무효 등 확인청구 소송'에서 “발레오만도지회가 기업별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다는 내용의 지난해 총회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조의 지부 또는 지회는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독립적인 노조로 볼 수 있을 때에만 조직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발레오만도지회는 단체교섭에서 금속노조와 지부의 방침에 따르고 단체협약도 최종적으로 금속노조 위원장이 체결하며, 조직구성도 금속노조 지회 규칙을 따른다”며 “지난해 2월 쟁의행위도 금속노조 지부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등 독립적인 노조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해 새로운 노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지부 또는 지회 소속 조합원은 언제든지 조합을 탈퇴해 새로운 기업별 단위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소속 발레오만도지회는 지난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조합원총회를 열고 조직형태를 기업별노조인 발레오전장노조로 변경하고 위원장을 새로 선출했다. 이에 금속노조 위원장 등은 총회 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금속노조는 “지회가 소멸됐음을 전제로 회사측이 행한 각종 조치도 모두 무효가 된다”고 주장했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지회장이 아닌 기업노조 위원장이 참여한 조합원 징계절차는 무효이고, 회사가 지회사무실을 폐쇄하고 지회의 노조활동을 금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가 기업노조에게 보냈던 조합비 역시 금속노조로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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