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약화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온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공개한 해당 문건<사진>은 최근 현대차 울산공장 내 휴게실에서 발견된 것이다. 현대차 로고가 찍혀 있는 이 문건에는 원청업체인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소송 취하를 종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차 파업으로 징계해고의 우를 범하지 말 것”이라는 표현도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사내하청지회가 올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2차 파업을 선언하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해당 문건은 3개 지회가 상경투쟁을 벌이기 직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건의 ‘상경투쟁 대응’ 부분에는 “(하청)업체장 주관으로 당당하게 전 종업원 교육 (실시)”을 언급하며 “결혼도 해야 하고, 처자식과 가족도 봉양해야 하는데 징계해고된 후 무슨 수로 (살래)?” 같은 구체적인 교육내용이 첨부돼 있다.
 
이어 “(하청)업체에서도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당당하게 여론을 형성할 필요”라는 문장 뒤에는 “2차 집단행동 이후 책임은 누가질 것인가? 여전히 순진한 조합원들만…”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박유순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현대차가 작성해 하청업체 관리자들에게 하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해 온 현대차가 바지사장을 앞세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의 파업 불참과 집단소송 취하를 종용하는 문구도 눈에 띈다.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깝다”는 문장이다. 또 △소송을 취하하는 것은 (노조가 아닌) 본인만 가능 △불법 쟁의행위 지침에 따른다면 민·형사상 책임과 징계 책임은 본인이 감수 △노조는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탈퇴 가능 △과거 정규직 채용시 사내하청 중 조합원보다는 비조합원이 우선 채용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내하청 조합원에 대한 회유·협박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이다.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사내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협력업체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유성기업을 방문한 현대차 구매관리본부장의 차량에서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요령’이라는 대외비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 회사측은 이날 금속노조가 공개한 문건에 대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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