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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서 노조 만들기는 '하늘의 별 따기'노무관리 '선수 중 선수' 포스코 2006년 복수노조 대비 마쳐
“내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안 되고 해서 단기적으로 성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할 거 같은데…. 아직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내하청도 그렇지만 정규직을 조직하는 건 더 어려워요.”

지난 22일 만난 민주노총의 한 활동가는 포스코 신규노조 가능성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내부 역량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포스코에 새로운 노조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당사자였다.

포스코에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남 광양에서는 이달 1일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 신규노조 설립계획이 있었다. 지난달 18일 사내하청노동자와 건설플랜트 노동자, 지역 환경단체가 함께 대규모 포스코 규탄대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새 노조를 공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부 의견이 엇갈렸고, 포스코 복수노조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포스코, 복수노조 ‘무풍지대’

광양제철소가 '찻잔 속 태풍'이라면 포항제철소쪽은 미동도 없다. 복수노조 ‘무풍지대’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포스코와 함께 주목을 받았던 삼성에는 그나마 민주노총쪽 노조가 설립된 것과도 비교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24일 현재 광양과 포항에서는 기업별 노조 설립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개별가입이 가능한 산별노조에 적을 둔 조합원도 아직 없다.

포스코는 자신감이 넘친다. 포스코 홍보실 관계자는 “직원들이 복수노조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다른 기업과 달리 복수노조에 대한 긴강감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삼성처럼 회사노조(Company Union)가 복수노조 허용 전에 교섭을 맺어 교섭권을 선점하는 작업도 벌이지 않았다.

회사에 따르면 기존 포스코노조 조합원은 16명이다. 노동계가 기존노조보다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보실 관계자는 "경영상태와 관련해서는 직원들과 경영진의 소통이 활발하다"며 "22일에도 경영진 운영회의를 직원들에게 생중계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이 불합리하거나 돌아오는 게 적다면 (노조가) 생길 텐데, 노경협의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바로 반영하니까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준 높은 근로조건, 끊임 없는 소통으로 직원들이 노조설립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주장이다. 다만 그는 사내하청 노조에 대해서는 “외주파트너사와 포스코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무관리 ‘더티’하다”

그러나 포스코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판이하게 달랐다. 포스코에서 보수업무를 했다는 한 건설플랜트노조 간부는 “포스코의 노무관리가 더티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신규노조가 설립되더라도 포스코가 어떻게 탄압할지 모른다”며 “적어도 100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해야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순 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포스코를 "선수 중 선수"라고 표현했다. 손 연구위원은 “(포스코의) 정규직 포섭 정도가 높고 기업복지나 임금도 좋다”면서도 “정규직 조합원 노무관리 체계가 30~40년 이어지면서 나름 관록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사내하청 같은 내부노동시장을 관리했고, 정규직 노무관리를 제도화했다. 사내하청업체를 분할했다가 통합했다가를 반복하면서 업계를 뒤흔드는 방법을 사용할 정도로 능수능란하다.

손 연구위원 역시 포스코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노조설립 전망이 비관적이며, 상당한 기간 동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가 노조를 만들겠다는 노동자를 직원들과 분리하고, 기존 정규직노조의 싹을 자르며, 사내하청회사에 대한 관리를 빡빡하게 해서 사내하청노조의 목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양동운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장의 증언도 일치한다. 양 지회장은 포스코가 2006년부터 운용했다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KPI 점수를 책정하면서 노사관계 항목에 가중치를 두고, 이를 사내하청업체와 재계약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양 지회장의 말이다.

“매년 재계약할 때 KPI를 근거자료로 활용해요. 평가가 가장 좋은 그룹은 S등급이고, 나머지는 A~E등급으로 나눕니다. 상위그룹은 재계약 기간이 3~5년, 하위등급은 1년마다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차별하는 거죠. 등급이 낮으면 계약요율도 낮아집니다. 제가 하는 작업에는 3개 회사가 같이 투입됐는데, 같은 크레인을 타는데도 단가가 다릅니다. 노사관계가 나쁘면 점수도 낮아집니다. 포스코 관리자들이 하청회사 교육을 하면서 KPI에서 노사관계 비중을 20%에서 30%로 올렸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합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노사관계 가중치를 명문화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노사관계가 안정된 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매일노동뉴스


복수노조 대비, 2006년에 마무리

포스코의 집요한 노무관리는 문건에서도 확인된다. 포스코가 2006년 작성한 ‘노사환경 변화에 따른 주요 추진사항 및 향후 대응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건은 노사정이 복수노조 허용을 3년 유예하기로 합의하기 여섯 달 전인 같은해 3월 작성됐다. 당시 정부가 만지작거리던 안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달 1일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복수노조 조항과 거의 일치한다. 물론 재계도 이를 파악하고 준비작업을 했다.

2006년과 2011년은 오버랩된다. 두 시기 모두 정규직 노사관계는 과반수인 노경협의회가 주도하고, 20명 안팎의 포스코노조가 협의회를 뒤따랐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3조3교대 근무와 정규직의 50%에도 못 미치는 임금으로 불만이 고조돼 있었다. 정규직 근무형태가 2006년 4조3교대에서 올해 4조2교대로 바뀐 것만 빼고는 똑같은 상황이다.

2004년부터 2년간 포스코가 준비한 것은 △현장 중심 노무관리 △안정적 노사구도 유지 △노사안정 기반 조성 △외주사 노사안정 △대외 노정 네트워크 강화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부당노동행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정규직은 개별적으로 감시·관리했다. 노조정상화추진위원회에 소속되는 등의 비우호 직원 180명, 노사관련 단체에 활동했던 중도·우호 직원 110명, 승진을 못했거나 직책에서 해임된 취약계층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목하고 각각 관리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공장장이나 주임이 ‘맨투맨’으로 책임관리하고, 인사·노무부서에서 점검활동을 하는 등 신상을 일일이 관리했다. 공장마다 부공장장을 두고 노무부서와 노무관리 활동을 벌였다. 2006년 말에 예정된 노경협의회와 노조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계획도 문건에 포함됐다. 치밀한 시나리오에 맞춰 복수노조에 대비한 것이다.

포스코는 사내하청의 경우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썼다. 외주사에 4조3교대를 실시하고 휴양시설을 통합관리하는 방향을 제시하는가 하면, 포스코 전직자를 통해 요주의 하청노동자를 관리하기도 했다. 사내하청업체 경영자와 노무관리자에게는 노사관계·노무관리 기술을 교육했다. 노조가 생길 경우 해당 직책보임자를 징계하고, 주동자는 보직을 조정하는 내용도 문건에 명시했다.

포스코는 여기에 시청과 노동부·노동위원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심지어 대학교수와 노동부 퇴직관료까지 자문역으로 끌어들여 관리했다. 사실상 복수노조와 관련한 안팎의 이슈를 2006년에 모두 정리한 셈이다.

외주화로 노동자 불만 터져 나올까

포스코의 '사실상 무노조' 상태는 결국 좋은 노동조건과 소통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회사측의 치밀한 전략이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작업장이 대규모여서 그 안에서 노동자 간 연대나 집단화가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양동운 지회장은 “계속되는 아웃소싱으로 원청 노동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정비부문을 외주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럴 경우 최소한 1천명이 구조조정되기 때문에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포스코에 조합원 2만명 노조 있었다
1개월 사이 1만6천명 탈퇴...노경협의회가 교섭
 포스코는 설립 당시부터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공존했다. 일본에서 설비·기술과 운용기법을 모두 수입하는 과정에서 최고치에 이르렀던 일본 사내하청 운용방식까지 들여왔기 때문이다. 60년 당시 포항제철소에서 본공(정규직)이 8천857명일 때 사내하청도 6천902명이나 됐다.
정규직과 사내하청은 2007년을 전후해 그 수가 역전됐다. 지금은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규직 숫자는 계속 줄어든 반면 계속된 외주화로 사내하청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현재 정규직이 1만6천519명인 데 반해 사내하청은 2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포스코 사내하청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외주파트너사협회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다. 포항 회원사는 60개, 광양 회원사는 62개다. 광양제철소 외주파트너사협회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모두 협회에 가입해 있지는 않다”며 “회원사에 고용된 노동자는 8천여명”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노조는 과거에는 규모가 상당했다. 정규직노조는 88년 포항과 광양의 노동자 25명이 결성해 출발했는데, 조합원이 이듬해 2만여명으로 급증했다. 90년 노조 간접선거가 직접선거로 바뀌면서 집행부에 비판적이던 ‘민족포철’이 반대세력을 규합했고, 90년 8월 집행부를 장악했다.
그러나 이듬해 집행부 비리사건이 터진 데다 회사측의 작업으로 91년 1월과 2월 사이에만 무려 1만6천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이달 24일 현재 노조 조합원수는 16명에 불과하다. 당시 노조 집행부 30명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자를 중심으로 노조정상화추진위원회가 구성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3년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포스코, 협력노동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이듬해 기존 포스코노조를 장악하기 위해 노조가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노조 내 친위원회 인사들이 전직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사내하청노조도 88년 처음 결성됐다. 그해 말 20~25개 사업장에서 7천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 1만4천여명의 50%에 육박했다. 이들은 포항제철협력업체노조연합을 구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포스코가 사내하청회사를 분할하고, 노조활동가의 고용승계가 거부되면서 정규직노조와 마찬가지로 사내하청노조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포스코의 노사 교섭은 97년 출범한 노경협의회가 주도하고 있다. 선출직인 노동자위원 10명과 과·공장위원 430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경협의회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임금교섭을 회사측에 위임했다. 지난해에는 2년치 임금협약을 한꺼번에 체결했다. 한계희 기자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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