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의 올해 임금교섭이 8월 휴가를 앞두고 하나 둘씩 타결되고 있다. 100여개 사업장 2만1천명의 조합원을 포괄하는 중앙교섭이 지난 13일 의견접근을 이뤘고, 지부 집단교섭도 경남·울산·충남·포항·경주 등에서 의견접근을 이뤘다. 기업지부의 경우 한국지엠지부가 14일 임금인상안을 조합원 찬반투표로 가장 먼저 타결했다.

매년 있는 임금교섭이지만 올해 임금교섭은 200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임금교섭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지난 2년간 한국 제조업 대기업들은 창사 이래 가장 많은 매출과 순익을 거뒀지만 대다수 노동자들은 98년 경제위기 이후 가장 큰 실질임금 감소를 경험했다. 특히 대공장보다는 중소·영세사업장,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더 큰 감소를 겪었다. 이런 점에서 올해 임금인상 투쟁에서는 실질임금을 회복하고, 더욱 벌어진 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올해 임금인상 투쟁은 경제적 투쟁이 아니라 정치적 투쟁이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임투가 후반부로 향하고 있는 지금, 금속노조의 임투는 예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연초 15만 공동투쟁을 결의했던 금속노조는 6월 이후 아예 계획에서조차 공동투쟁을 의미 있게 다루지 않았고, 산별 최저임금은 4천670원으로 내년 법정 최저임금(4천580원)보다 90원 더 많은 수준에서 합의했다. 임금요구안 중 임금격차를 줄여 나갈 목적으로 제시된 기본급 15만원 정액 인상안은 기본급 인상 대신 일시금·성과급을 따내는 전략으로 귀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은 제조업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 전국적인 임금인상 투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대공장들의 성과급 잔치로 기본급 인상을 대체하는 관성적 임금인상은 큰 문제다. 산업 내 임금기준 성격이 강한 기본급 대신 기업의 지불능력, 당해 순익에 의존하는 성과급은 경제위기로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금속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더 크게 만든다.

잠시 통계를 보자. 2002년 제조업 300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격차는 98만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이 차이는 198만원으로 벌어졌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성과급 차이였다. 2002년 300인 미만 중소기업과 300인 이상 대기업의 성과급 차이는 56만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두 배가 넘는 120만원이 됐다. 임금격차의 대부분이 성과급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98년 경제위기 이후, 2001년 경제침체 이후 더욱 심각했다. 임금 감소를 위기 이후 사별로 해결하고자 하면서 성과급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임금교섭을 끝낸 한국지엠지부의 타결안은 기본급 6만7천원 인상에 일시금과 성과급 700만원이다. 기본급 인상률이 4% 정도이니 올해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할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실질 기본급은 삭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매년 물가인상률 수준인 8만원에서 8만5천원 사이에서 기본급을 인상시켜 왔다. 나머지 임금은 일시금 200만원에서 500만원, 성과급 300%로 채웠다.

금속노조 전체적으로도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12만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안으로 내세웠지만 2007년부터 현재까지 기본급은 5만원 내외에서 인상됐다. 나머지 임금인상은 기업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급 인상으로 채워졌다. 산별 중앙교섭·지부 집단교섭 등 형식적인 산별 임금교섭은 있었지만 사실상 산별 차원의 임금 투쟁은 매우 미약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때때로 승리하기도 하나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며, 진정한 성과는 노동자들의 확대되는 단결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임금인상 투쟁에서 기업별 성과에 의존적인 임금인상 전략은 결국 경제위기 시기, 기업의 순익 하락 시기에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으로 부메랑이 돼 되돌아온다. 그동안 쟁취한 임금인상 효과는 경제위기·경영위기 앞에서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린다. 이미 수차례 우리가 경험했던 바다. 임금인상 투쟁에 있어서도 진정한 성과는 결국 전국적·계급적 단결을 확대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올해 임투,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금속노동자가 함께 싸워 단결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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